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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명량대첩 왜군 시신 묻어줘 425년간 평화 전한 왜덕산

입력 2022-09-25 14:43업데이트 2022-09-2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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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24일 전남 진도군 고군면 왜덕산에서 열린 위령제에 참석해 제단에 헌향하고 있다. 2022.09.24. 진도=뉴시스
전남 진도군 고군면 내동마을 지척에는 150m높이 야산인 왜덕산이 있다. 왜덕산(倭德山) 명칭은 왜군들에게 덕을 베풀었다고 해 붙어졌다. 왜덕산은 현재 간척사업으로 인해 육지로 변했지만 425년 전 명량대첩(鳴梁大捷) 당시에는 바닷가였다.

명량대첩은 해남과 진도 사이 유리병 목처럼 좁아지는 바닷길인 울돌목(鬱陶項)에서 펼쳐졌다. 울돌목은 빠른 바닷물이 해안에 부딪혀 요란한 울음소리같이 들려 명량(鳴梁)으로도 불렸다. 이순신 장군은 정유재란 때인 1597년 9월 16일 울돌목에서 조선수군 배 13척으로 왜군 배 100여척을 격파해 명량대첩을 거뒀다.

명량대첩 직후 울돌목에서 10㎞가량 떨어진 내동마을에는 왜군 시신 100여구가 떠 내려왔다. 썰물일 때는 현재도 울돌목에서 내동마을 쪽으로 물길이 흐른다. 내동마을 주민들은 왜군 시신을 거둬 왜덕산에 함께 묻었다. 적군의 시신을 묻어준 왜덕산은 400여 년 동안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명량대첩 당시 조선 수군의 적으로 맞섰던 일본 구루시마 미치후사(來島道總) 장군의 후손들은 해마다 명량대첩축제에 참석한 뒤 왜덕산을 찾아 감사의 뜻을 표하고 있다. 일본학생들은 수학여행으로, 한일 학자들은 현장답사로 왜덕산을 찾아 화해와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이만진 내동마을 이장(72)은 “주민들이 400여년 넘게 왜덕산 왜군 수군 묘지를 관리했다”며 “왜덕산이 일본이 잘못을 인정하고 한일 화해와 평화로 나아가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진도문화원은 23일 한일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1회 진도 왜덕산 심포에스타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하나의 전쟁, 두 개의 무덤’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왜덕산과 일본 교토에 있는 귀 무덤의 의미 등을 조명했다.

24일 왜덕산에 열린 위령제에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 등 한일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추모사에서 “일본은 한때 여러분들에게 큰 고난을 안겨줬다. 우리의 죄로 인해 고통 받은 사람들이 더는 사죄하지 않아도 된다고 할 때까지 계속 사죄해야 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11월 오카야마(岡山)현 쓰야마(津山)시에서 왜군들이 전리품으로 가져온 조선인들의 귀(코)를 묻은 무덤 위령제에 참석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같은 발언을 했다.

박주언 진도문화원장은 “왜덕산이 조성된 지 400여년이 됐지만 화해와 평화를 의미를 전하는 행사는 처음 진행됐다”며 위령제 의미를 평가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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