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디자인’ 요가 강사, 와인바 차린 회사원… 2030세대 ‘N잡’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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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 늘고 회식 줄어 시간 여유
“팬데믹 또 올지도” 수익원 늘려

서울에서 5년째 요가 강사로 일하는 정선희 씨(29)는 밤에는 프리랜서 웹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유튜브로 웹디자인을 독학했고, 같은 해 9월 웹디자인기능사 자격증을 딴 후 프리랜서로 활동을 시작했다.

정 씨가 ‘투잡’을 갖게 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부터 피트니스센터를 찾는 이들이 급감하며 수입이 절반 이하로 줄었기 때문이었다. 금세 끝날 것으로 기대했던 코로나19 사태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새 길을 찾은 것이다.

올 4월부터 거리 두기가 해제되며 수입은 예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정 씨는 “코로나19 재확산에서 볼 수 있듯 언제 다시 팬데믹이 올지 몰라 앞으로도 웹디자이너 일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동시에 여러 직업을 갖는 이른바 ‘N잡’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유튜브와 포털사이트에 N잡을 검색하면 ‘20대 직장인 N잡 추천’ 등의 영상과 글이 쏟아진다. 코로나19로 한순간에 수입이 사라지는 경험을 했거나, 그런 모습을 옆에서 본 젊은이들이 재택근무 등으로 늘어난 여유 시간을 활용해 다른 일에 도전하는 모습이다.

한 대기업 경영기획 부서에서 일하는 신모 씨(31)는 지난해 7월 친구 3명과 손잡고 서울 중구에 와인바를 개업했다. 신 씨는 “코로나19 이후 일주일에 2, 3번씩 하던 회식이 없어졌고 재택근무가 일상화돼 ‘저녁이 있는 삶’이 생겼다”며 “저녁 시간을 이용해 대학생 때부터 꿈꾸던 자영업을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N잡’ 앱-플랫폼 발달… 진입장벽도 낮아져


‘N잡’ 몰리는 2030

서울에 있는 출판사에 다니는 김은혜 씨(27)는 한 달 전부터 프리랜서 번역 일을 시작했다. 최근 코로나19 재유행 속에서 격일 재택근무를 시작한 김 씨는 “통근에만 왕복 2, 3시간이 걸렸다”며 “준비 시간 등을 합치면 하루 걸러 4, 5시간의 여유를 얻은 셈인데 이 시간을 번역 업무에 쓰고 있다”고 했다.

N잡을 도와주는 애플리케이션(앱)과 온라인 플랫폼의 발달도 최근 ‘N잡러’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에서 무역업에 종사하는 김수지 씨(33)는 주말이면 화상회의 앱 ‘줌(Zoom)’을 통해 한국인을 대상으로 일본어를 가르친다. N잡 앱에 공고를 내고 수강생을 모집한 김 씨는 “대면 강의였다면 엄두를 내기 어려웠을 텐데 화상으로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N잡 매칭을 돕는 앱 ‘숨고’의 신규 가입자 수는 올해 상반기(1∼6월)에만 19만 명으로 2020년 한 해 신규 가입자(19만1000명)에 육박했다.

다만 N잡이 회사 취업규칙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무법인 신영의 김광훈 노무사는 “N잡은 사규에 겸업금지 조항이 있을 경우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다”며 “근무하는 회사의 취업규칙을 살펴본 뒤 어긋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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