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년 빨리 간다… “2025년부터 만5세 입학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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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업무보고]
교육부 “단계적 적용” 업무보고
2024년 희망 시도부터 시범 실시
자사고 유지, 외고는 폐지하기로

2025년부터 초등학교 취학 연령이 현재 만 6세에서 만 5세로 1년 빨라진다. 2025학년도부터 폐지될 예정이던 자율형사립고(자사고)는 유지되고 외국어고만 폐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29일 업무보고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교육부는 이날 6세부터 시작하는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의 의무교육 12년 과정을 5세에 시작하는 학제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초등 취학 연령을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2025년에는 6세인 2018년생과 5세인 2019년생 중 1∼3월 출생자가 함께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이후 2026년엔 5세(2020년생) 중 1∼6월, 2027년엔 5세(2021년생) 중 1∼9월 출생자가 6세와 함께 초등학생이 된다. 2028년에는 모든 5세(2022년생)가 초등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이 방안이 실행될 경우 1949년 이후 76년 만에 초등학교 입학 연령에 변화가 생긴다. 교육부는 8월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내년에 국가교육위원회와 시안을 마련한다. 2024년엔 최종안을 확정해 원하는 지역 시도교육청부터 시범 실시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를 받고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교육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는 ‘유보 통합’ 방안도 보고했다. 2023년까지 유치원과 어린이집 관리체계 일원화 방안을 마련해 2024년 통합에 나설 계획이다. 유보 통합은 1997년부터 추진됐지만 부처 간 권한 배분 등의 문제로 이뤄지지 않았다. 박 부총리는 “논의만 할 것이었다면 (유보 통합을)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일괄 폐지하기로 한 자사고와 외고는 희비가 엇갈렸다. 교육부는 자사고는 존치하되 외고는 일반고로 전환해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76년만에 취학연령 1년 하향 추진… 자사고 유지, 외고는 폐지


초등학교 입학 만6세→5세… 2025년부터 4년 걸쳐 단계 하향
교총 “입시-취업 등 갈등 우려”… 유치원-어린이집 2024년 통합
교사자격 일원화 등 숙제 산적… 2009년생부터 외고 진학 못할듯


교육부가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힌 학제 개편과 유보통합은 모두 김영삼 정부 때부터 추진됐던 ‘해묵은’ 과제다. 다만 이번에 교육부가 추진하는 학제 개편은 ‘초등 6년-중학 3년-고교 3년’의 초중고 학제 체계를 바꾸는 차원이 아니라 입학 연령을 1년 당기는 데만 국한돼 있다.
○ 만 5세에 학교 조기 취학

1993년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취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려고 시도했다. 이후 2009년 이명박 정부의 미래기획위원회,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등도 비슷한 제안을 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이번에 교육부는 유아 단계의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춰 아이들을 의무교육에 ‘조기 진입’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만 17세에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학생들의 사회 진출을 앞당겨 경제활동 인구를 늘리겠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취학 연령을 낮추는 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앞선 정부가 이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데는 공간 마련과 교원 확보 등 예산 문제가 가장 컸다. 교육부는 이를 고려해 이번엔 2025년부터 4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취학 연령을 낮출 계획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특정 연령의 ‘역차별’ 문제가 제기된다. 5세 취학이 시작되는 2025년에는 2018년생 전원과 2019년 1∼3월생이 한꺼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조기 취학이 마무리되는 2028년 역시 2022년생 전원과 함께 2021년 10∼12월생이 함께 입학한다. 이 두 개 학년도는 각각 2024년, 2029년에 비해 25%가량 입학생이 늘게 되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번 학제 개편으로 인해 입시, 취업 등의 분야에서 이해관계 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교육계에서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이 유아기 아동의 발달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같은 만 5세라도 1월생이냐 12월생이냐에 따라 발달 정도가 크게 다르다”며 “만 6세 시작에 맞춘 현 교육과정 역시 만 5세에 맞게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중등교육법에 명시된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바꾸려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현 여소야대 상황에서 진통이 생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유보통합 이르면 2024년부터
5세 조기 취학과 함께 추진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유보통합)도 1997년 김영삼 정부 시절 논의가 시작됐지만 아직도 진전이 없는 ‘난제’다.

교육부는 유보통합을 초등학교 취학 연령 하향과 맞물려 영유아기에 질 높은 교육을 모두에게 동등하게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일원화 시점은 이르면 2024년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유보통합도 보육교사와 유치원 교사 간 자격 일원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시설 기준 통일 등 넘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당장 유보통합추진단 역시 교육부는 교육부 산하 설치를 주장하나, 어린이집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는 국무총리 산하 설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의 교육 이수 시간이 유치원 교사보다 20시간가량 적다”며 “보육교사의 자격 수준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 자사고는 유지, 외고는 폐지
이번 업무보고에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의 운명이 엇갈렸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교육부는 자사고와 외고가 고입 경쟁을 유발하고 사교육을 과열시킨다며 2025년 일괄 폐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자사고는 존치시키고, 외고는 폐지 또는 일반고로 전환시키기로 했다. 외고는 졸업생 중 어문계열 진학생이 30% 수준밖에 되지 않고, 교육과정이 입시 위주로 진행된다는 점이 폐지 이유로 꼽혔다.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다고 판단되는 과학고·영재고는 유지된다. 다만 외고의 구체적인 일반고 전환 시점은 제시되지 않았다. 기존 시행령대로라면 2009년생부터 외고에 진학할 수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12월까지 폐지 시한이 명시된 고교 체제 개편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정권이 바뀌면서 자사고·외고가 유지될 것으로 기대했던 학부모와 학생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2008년생 딸이 외고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데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자사고 역시 존치를 원칙으로 하지만 자사고 운영평가 등을 활용해 부실 학교를 퇴출시키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경쟁률이 1 대 1이 되지 않는 자사고는 일반고 전환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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