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 어선들이 화재에 취약한 FRP 소재로 만들어진 데다 어선 안에 있던 유류에 재차 불이 옮겨 붙으면서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에 애를 먹었다.
4일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와 서귀포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29분쯤 성산항에 정박 중인 성산선적 연승어선 3척(29톤·29톤·47톤)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해경에 접수됐다.



해경이 피해 어선 선주·선장들을 상대로 확인한 결과 다행히 피해 어선 3척 안에 남아 있었던 인원은 없었다.
소방은 신고 접수 3시간 만인 이날 오전 7시21분쯤 초진에 성공해 오전 11시52분쯤 ‘대응 1단계’를 해제했다.
그러나 16분 만인 낮 12시8분쯤 사고어선 1척이 갑자기 한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어선 안에 있던 유류가 해상으로 유출됐고, 여기에 또다시 불이 옮겨붙기 시작하면서 소방은 오후 12시10분쯤 ‘대응 1단계’를 다시 발령해야 했다.
실제 사고 어선 3척에는 총 8만5000ℓ의 유류가 적재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 새카만 연기가 하늘을 뒤덮으면서 소방에 관련 신고가 잇따르기도 했다. 이로 인해 서귀포시는 주민들과 인근을 통행하는 차량에 주의를 당부하는 안전문자도 발송했었다.
이 뿐 아니라 소방의 고성능 화학차 1대가 불에 그을리는가 하면 현장에 있던 해경 1명이 골절상 등을 입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소방은 신고 접수 9시간 30분이 지난 이날 오후 4시59분쯤 완전 진압에 성공했다. 30도에 가까운 무더위 속에서 장시간 진화작업을 벌인 소방대원들은 대부분 탈진한 모습이었다.
피해어선 선주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현재 소방과 해경은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화재 원인과 피해 사항을 조사하고 있다.
한 소방 관계자는 “어선이 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로 만들어진 데다 어선에 적재돼 있던 유류량이 상당해 진화작업에 애를 먹었다”며 “태풍이 북상 중인 만큼 피해어선을 일단 항구에 묶어 놓은 뒤 추후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이날 현장을 찾아 “소방대원들이 직접 바다에 뛰어들어 초동조치를 잘 해줬기에 상황을 통제할 수 있었다”며 “이번 어선 화재 사고로 큰 피해를 입은 어업인을 위한 피해 복구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