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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주52시간제 더 유연하게… 한 주는 40시간, 다른 주엔 64시간

입력 2022-06-24 03:00업데이트 2022-06-24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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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주52시간제 개편… 연장근로 ‘月단위’로 유연화 추진”
노동시장 개혁 방향 발표… 연장근무시간 週 아닌 月로 산정
임금체계, 연공서 성과 중심으로… 재계 “환영” 노동계 “편파적 개악”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새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세종=뉴시스
정부가 현재 ‘주(週)’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근로시간을 ‘월(月)’ 단위로 확대하는 등 주 52시간제 운영 방식을 유연하게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음 달 출범하는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를 통해 근로시간 유연화와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개혁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23일 이 같은 내용의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근로시간 제도를 유연하게 만들고,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산업화 시대에 형성된 노동 규범과 관행으로는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맞게 고용노동 시스템을 현대화하겠다”고 밝혔다.

근로시간의 경우 1주일에 12시간까지 허용되는 연장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를 통해 ‘월 단위’ 등으로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1주일에 기본 근로시간 40시간과 노사 합의를 전제로 연장근로 최대 12시간을 허용한다. 법 개정을 통해 1주일에서 1개월 등으로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 주는 40시간만 일하고 그 다음주에는 연장근로 24시간을 포함해 64시간을 일하는 방식이 가능해진다.

정부의 노동개혁 방안에 대해 경영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노동계는 “편파적 개악”이라며 반발했다. 정부가 추진할 정책이 대부분 법을 개정하거나 노사 자율로 도입해야 하는 것들이라 난항이 예상된다.



연장근무 주→월단위 관리 검토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등 추진, 임금체계는 연공서 성과 중심으로
경총 “일자리 창출에 도움” 환영… 민노총 “주52시간제 무력화” 비판


정부가 최우선 노동개혁 과제로 주 52시간제 개편을 꺼내 든 것은 경직적인 근로시간제 가 노동생산성과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 52시간제의 기본 틀’을 유지한다고 강조했지만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주(週)’에서 ‘월(月)’로 바꾸면 사실상 주 52시간제 운영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노동계는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했다”며 반발하고 나서 향후 추진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 전면 시행 1년 만에 ‘주 52시간제’ 수술

2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선의 핵심은 주 단위로 묶여 있는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1개월로 늘리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한 주는 40시간만 일하고 그 다음 주는 연장근로를 포함해 64시간을 몰아서 일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4월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이 최대 3개월로 확대되는 등 유연근로제가 보완됐지만 요건이 까다로워 이용률은 10% 안팎으로 저조하다. 결국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보고 지난해 7월 전면 시행된 주 52시간제의 기본 틀을 손보기로 한 것이다.

다만 연장근로를 몰아서 하면 근로자의 건강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11시간 이상 휴식 등 보호 조치도 같이 마련하기로 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독일, 프랑스 등 해외 주요국에선 주 단위로 초과근로를 관리하는 방식을 찾아보기 어렵고 노사 합의에 따른 선택권을 존중한다”고 설명했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됐던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 스타트업·전문직 종사자에 대한 예외 규정 등도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다. 2024년까지 한국형 직무별 임금정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도록 돕는 방안도 마련한다.

이 장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했던 ‘손쉬운 해고’ 방식의 고용 유연화는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고용부는 다음 달 전문가 중심의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를 꾸리고 4개월간 구체적인 노동개혁 입법 및 정책 과제를 만들어 발표할 계획이다.
○ 노동계 반발과 야당 반대 넘어야
이날 발표된 정부의 노동개혁 방향에 대해 경영계는 환영했다. 산업별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적용됐던 근로시간 제도를 개선하면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경제 위기 극복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정책을 구체화할 때 “유연근무제 도입 요건 개선과 취업규칙 변경 절차 완화 등 실질적인 방안이 보완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노동계는 크게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연장근로 단위 확대는) 아무런 제한 없이 초장시간 노동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직무성과급제 확대는 결국 중장년층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겠다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하고 노동시간을 무한대로 늘릴 수 있도록 했다”며 “편법적인 노동시간 연장”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근로시간제 개선 방안은 대부분 관련법을 고쳐야 하는데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입법에 협조해 줄지가 관건이다. 민간 자율의 영역인 임금체계 개편 역시 과거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공공부문부터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민간의 노사 합의가 쉽도록 절차를 바꿔주는 등의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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