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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환자가 직접 피 구하는 ‘각자도생 구혈’ 3년 새 7배로

입력 2022-06-14 11:29업데이트 2022-06-1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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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환우회, 헌혈자의 날 맞아 ‘이혈전심(以血傳心)’ 캠페인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헌혈의집 신촌연세점이 헌혈자 없이 비어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3만7213건’.

환자가 수혈 받을 피를 직접 구하는 ‘지정헌혈’이 지난 한 해 동안 이뤄진 횟수다. 14일 대한적십자사 혈액사업통계연보에 따르면 2018년 1만9131건이었던 지정헌혈은 3년 만에 7.2배로 늘었다. 전체 헌혈에서 지정헌혈이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0.7%에서 5.3%로 상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헌혈 참여가 크게 위축된 탓이다.

혈액 부족은 백혈병과 림프종 등 혈액암 환자들에게 큰 타격이 됐다. 혈액암 환자는 조혈모세포(골수)를 이식받은 후에 빈혈이나 장기출혈을 겪기 쉬운데, 이때 서둘러 적혈구와 혈소판을 수혈 받지 못하면 생명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한국백혈병환우회에 따르면 혈액암 환자와 그 가족들은 방학이나 혹한기, 명절 연휴 등 혈액 부족이 심해지는 시기마다 투병과 간병에 전념하지 못하고 군부대나 학교로 뛰어다니며 지정헌혈을 해줄 사람을 구하는 이중 고통을 겪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헌혈해줄 사람을 구하는 사연을 올리거나, 수혈받을 혈액에 여유가 있는 다른 환자에게 피를 빌려 수혈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코로나19 유행 이후론 이런 일이 일상이 돼버렸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최근 들어 전국 혈액 보유량엔 다소 여유가 생긴 상태다. 올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학교 등교와 군부대 단체 헌혈 등이 재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염병 전문가들은 올가을 코로나19가 재유행할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언제든 혈액 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젊은 층의 헌혈에 크게 의존하는 현행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환자들의 ‘구혈 불안’을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출생 고령화로 인해 주요 헌혈 인구인 학생과 군인은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 헌혈 정년(전혈헌혈은 69세, 성분헌혈은 59세)에 이르는 고령층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전체 인구 대비 헌혈률은 지난해 5.0%로, 2017년 5.7%보다 0.7%포인트 떨어졌다. 2020년 기준 대만이나 독일(각 7.7%), 호주(6.2%)의 헌혈률에 비해 부족하다.

이에 따라 한국백혈병환우회는 14일 ‘헌혈자의 날’을 맞아 ‘137213 이혈전심(以血傳心) 헌혈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지정헌혈이 이뤄진 13만7213건만큼 새로운 시민들이 헌혈에 참여한다면 환자들이 직접 피를 구하러 다니는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앞으로 지정헌혈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한 국회 토론회를 열고 ‘반딧불이 대학생 서포터즈’를 발족하는 등 다양한 헌혈증진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누구나 혈액이 필요해지는 때가 언제든 올 수 있는 만큼, 동료 시민을 위해 팔을 걷고 헌혈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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