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 배려심 갖춘 21세기형 리더로 키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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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말하는 국제학교 SJA 제주 기숙사 프로그램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 제주(SJA 제주)는 제주영어교육도시에 설립된 첫 번째 미국형 국제학교다. SJA 제주는 특히 기숙사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다.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 제주(SJA 제주)는 제주영어교육도시에 설립된 첫 번째 미국형 국제학교다. SJA 제주는 특히 기숙사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다.
“공부와 운동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법을 배웠습니다. 스스로에게 맞는 생활 패턴을 연구하면서 책임감을 길렀습니다.”

“자기 주도적 습관을 익히게 됐습니다. 여기서는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요.”

13일 가랑비로 안개에 싸인 제주도 서귀포시의 국제학교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 제주(SJA 제주)는 이국적인 분위기가 풍겼다. 캠퍼스를 찾았을 때 막간의 쉬는 시간을 이용해 외국 학생과 한국 학생들이 어울려 농구를 하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만난 이재홍 군과 양서연 양은 “모범생” “우등생”이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학생들이다.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개교 후 줄곧 기숙사 생활을 해왔다는 것이다. 10대 후반 나이에 의젓함과 발랄함을 동시에 갖춘 이들에게 요즘 학부모들의 관심사로 떠오른 국제학교 기숙사 경험담을 들어봤다.

● 다양한 활동 즐기며 리더십 배운다


기숙사는 남학생동과 여학생동이 분리돼 있다. 기숙사에는 2인 1실의 방, 작은 도서관, 당구 등 각종 활동을 즐길 수 있는 레크리에이션 룸 등이 마련돼 있다. 학교에는 여자 배구팀처럼 기숙 학생들이 주축이 된 스포츠팀이 다수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37명의 졸업생들이 사각모를 던져올리며 자축하는 모습.
기숙사는 남학생동과 여학생동이 분리돼 있다. 기숙사에는 2인 1실의 방, 작은 도서관, 당구 등 각종 활동을 즐길 수 있는 레크리에이션 룸 등이 마련돼 있다. 학교에는 여자 배구팀처럼 기숙 학생들이 주축이 된 스포츠팀이 다수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37명의 졸업생들이 사각모를 던져올리며 자축하는 모습.
최근 글로벌 교육 도시 제주에서 해외 유명 학교 수준의 교육을 받고 외국 문화도 접할 수 있는 국제학교들이 각광받고 있다. 교육청의 인가를 받은 국제학교들 중에서 SJA 제주는 가장 최근인 2017년 설립됐고 미국적인 교육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이 학교는 미국식 학제에 맞춰 유치원(만 3세반)부터 우리나라 고3에 해당하는 12학년까지 1050여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이 중 120명 가량이 기숙사에 살고 있다. 기숙사는 6학년부터 입소가 가능하며, 중고등학생 중 기숙 학생 비율은 20%다. 남학생과 여학생 기숙사는 분리돼 있다.

SJA 제주는 서울 등 대도시 출신 학생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거주 문제는 학교 설립 때부터 학부모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기숙사가 매력적인 이유를 꼽으라면 단체생활을 통해 책임감, 공동체정신 등 21세기형 리더로 키우는 데 적합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더그 졸리 기숙사 총사감은 “독립적인 학업능력, 다양한 여가활동 기회를 중시하는 부모들은 기숙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가을 학기에 미국 명문 사립대 에모리대 입학을 앞둔 이 군은 기숙사 터줏대감에 만능 스포츠맨이기도 하다. 고등부 졸업반인 그는 기숙사 생활의 가장 큰 추억을 “주말활동과 방과후 활동 시간에 스포츠를 즐기면서 공부 스트레스를 푼 것”이라고 말했다. 훤칠한 키의 이 군은 학교 축구팀 주장을 맡고 있다.

“몇몇 기숙사 친구들과 만든 축구팀이 학교 대표팀으로 성장했습니다. 대입 원서를 쓰느라 바쁜 가운데서 팀을 이끌면서 책임을 미루지 않는 법, 소통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SJA 제주에는 주말을 기숙사에서 보내는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여가활동이 마련돼 있다. 최근에는 ‘도시어부’처럼 배를 타고 서귀포 앞바다로 낚시를 나갔다. 이 밖에 바비큐 파티, 자전거 타기, 댄스 대회, 국립제주박물관과 같은 역사장소 탐방 등 청소년들이 즐길 만한 프로그램이 주말마다 펼쳐진다. 이 군은 “학생들이 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곳의 아이디어를 내면 선생님들이 최대한 반영해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신다”고 말했다.

● ‘열공’ 분위기 이브닝 스터디


2017년 개교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해온 이재홍 군(왼쪽)과 양서연 양(오른쪽)이 기숙사 건물 앞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17년 개교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해온 이재홍 군(왼쪽)과 양서연 양(오른쪽)이 기숙사 건물 앞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10학년(고1)의 양서연 양도 운동을 좋아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담한 체구에도 학교 여자 배구팀의 핵심 멤버로 활약하며 강스파이크를 내리 꽂는다. 하지만 양 양은 기숙사의 장점으로 공부를 꼽았다. 학업 성적이 뛰어난 그는 “기숙사에 살면서 ‘이브닝 스터디’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주5일 도서관에서 열리는 이브닝 스터디는 기숙 학생을 대상으로 한 야간 자율학습이다.

“선생님 4명이 매일 교대로 스터디에 참가하시기 때문에 숙제나 자습 중에 모르는 문제를 그때그때 질문할 수 있어 좋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기숙사가 학생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챙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기분이 좋다”고 했다. 장염 등으로 인해 세 차례 크게 아픈 적이 있었다는 그는 “부모님이 올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간호사에게 연락해 신속한 처치를 받았다”고 말했다. 기숙사에 간호사들이 주말을 포함해 24시간 상주하고 있으며 캠퍼스에는 주기적으로 순찰을 도는 경비 시스템이 가동된다.

이 군과 양 양은 기숙사 생활에 대한 부모님의 반응에 대해 “방학 때 집에 가면 ‘대견하다’는 칭찬을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앞으로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자립심을 기숙사를 통해 더 일찍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SJA 제주 기숙사는 학생 관리 감독, 활동 프로그램 운영 등을 담당하는 총15명의 사감교사(총사감 1명, 사감교사 14명)를 두고 있다. 기숙사 비용과 운영 방식, 학교 입학 정보 등은 홈페이지에 실려 있다.

실수해도 좋습니다… 거기서 배우니까요


미니 인터뷰 SJA 제주 고등부 저스틴 보이드 교감

“우리는 문제에 부딪혔을 때 분석을 할 줄 알고 질문을 할 줄 아는 학생을 키우고자 합니다. 정답을 외우는 학생은 원치 않습니다.”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 제주(SJA 제주) 고등부의 저스틴 보이드 교감은 학교가 원하는 인재상을 이렇게 밝혔다. 개교 멤버로 고등부 영어 교사를 거쳐 8월부터 고등부 교장으로 활동할 예정인 보이드 교감으로부터 기숙사 프로그램과 학교 전반에 대해 들어봤다.

-기숙사가 어떻게 리더십 개발 기회를 제공해주나.

“제 시간에 일어나고 세탁물을 스스로 챙기며 일과시간을 지키는 것은 기숙사 생활의 기본이다. 이를 통해 리더십에 필요한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 또한 학생들은 기숙사 위원회를 스스로 조직해 각종 행사를 계획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학교의 질은 선생님에게 달려있다’는 말이 있다. SJA 제주의 교사들에 대해 알려 달라.

“현재 총 교원 수는 163명으로 교사 1명당 학생 6.5명꼴이다. 담당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개인에 대한 관심이 가능하다.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는데 학생들로부터 ‘선생님이 너무 친절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교사는 학생 개개인의 자질에 주목하고 관심사를 찾아내는 멘토 역할이다. 학생을 ‘문제(problem)’가 아니라 ‘멘티(mentee)’로 대한다.”

―이 학교의 대표적 커리큘럼인 ‘캡스톤 프로젝트’가 뭔지 설명해 달라.

“미국 현지의 많은 학교들이 도입한 시스템이다. 각 학부의 마지막 학년인 5(초등), 8(중등),12(고등) 학년생들이 수행하는 과제다. 학생 스스로 관심 주제를 정하면 교사가 조언을 해준다. 그러면 학생은 혼자의 힘으로 자신의 프로젝트가 어떻게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칠지 등에 대한 연구를 해나간다. 마지막 수업에서 결과물을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발표하거나 전시한다. 결과물의 콘텐츠보다 분석적 사고 능력을 기른다는 것이 핵심이다.”

―학부모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 학교는 안전한 곳이고 배려하는 곳이라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 사고의 틀과 생활방식 등에 도전을 제기하는 곳이 될 것이다. 다양한 커리큘럼과 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에게 지적이고 문화적인 자극을 줄 것이다.”

제주=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에듀플러스#sja#국제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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