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성고문’ 가해자 母, 피해자에게 “아들 그럴 애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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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28일 10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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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공식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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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에서 끔찍한 성고문과 집단구타를 자행한 가해자의 모친이 오히려 피해자에게 전화해 “힘든 건 아는데 나도 너무 힘들다”, “(우리 애가) 그럴 애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2차 가해를 일삼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군 인권센터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가해자 중 일상적으로 폭력을 일삼고 전기이발기로 피해자의 음모를 밀기까지 했던 A 상병의 모친 B 씨가 사건이 공론화된 지 하루 만에 피해자에게 전화했다고 밝혔다.

B 씨는 피해자에게 전화해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떻게 할 거냐”며 사건 내막을 전혀 모른다는 듯이 물었다. 또 “지금 언론이고 어디고 엄청 해 놨던데”라며 피해자를 탓하듯 따졌고 사과를 요구하는 피해자의 말에는 “되게 슬퍼하고 힘든 건 아는데 나도 너무 힘들다”고 답했다.

피해자에 따르면 B 씨는 부대 안에서 벌어진 집단 구타, 성고문, 식고문 등 끔찍한 가혹행위들이 합의 하에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B 씨는 피해자에게 “아들로부터 합의 하에 (가혹행위를) 했다, 피해자가 해달라고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피해자는 “(가혹행위를 당할 때) 제가 할 수 있는 말이 ‘감사합니다’랑 ‘알겠습니다’ 밖에 없다”고 답했다. 센터에 따르면 선임에게 가혹행위를 당할 때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해병대의 오래된 악습이다. B 씨 모자는 이러한 악습을 이용해 가혹행위가 합의 하에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B 씨에게 “(전기이발기로 음모를 민 것이) 합의해서 한 것 같으냐”고 반문했고, B 씨는 “해달라고 한 사람이 미친 거고 밀어준 사람도 잘못된 거지, 장난도 정도가 있지”라며 가혹행위들이 합의 하에 벌어진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심한 장난 정도로 치부했다.

또 피해자가 “A 상병이 저 많이 때렸다”고 말하자 B 씨는 “(A 상병이) 누굴 때리고 그럴 애가 아닌데 왜 그랬을까”라며 피해자가 맞을 짓을 해서 맞았다는 생각이 들도록 책임을 돌렸다.

사건 전후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던 지인이 B 씨에게 “사과를 먼저 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하자 B 씨는 “미안하다고 하지 않았냐, (내가) 너무 충격받아서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센터는 “가해자들이 진술을 맞추고 피해자를 압박하는 전략을 쓰는데도 해병대와 해군은 여전히 가해자들을 구속 수사하지 않고 있다”며 “피해자는 오늘도 분노와 절망 속에 끔찍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해병대·해군은 지금이라도 속히 반성 없는 가해자들을 구속해 2차 피해를 중단시키고 엄히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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