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당일치기 나들이 비용 1년새 17만→20만원… 부담되네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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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기자, 나들이 비용 체험해보니

“거리 두기 제한이 풀려서 기분 낼 겸 나왔는데 어딜 가든 2만, 3만 원은 기본으로 내야 하니 놀러 나오기도 부담되네요.”

23일 강원 원주시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A 씨(35·경기 남양주 거주)는 주말을 맞아 남편, 두 딸과 함께 나들이를 나왔다고 했다. 그는 “커피 한 잔, 밥 한 끼를 따로 놓고 보면 얼마 안 오른 것 같지만 모아서 계산해보면 물가가 오른 게 확 체감된다”고 했다.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기자는 이날 지인과 원주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그런데 카페부터 식당, 주유소, 박물관까지 지난해보다 가격이 오르지 않은 장소는 한 곳도 없었다. 날씨가 풀리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간만에 교외로 놀러 나온 상춘객들은 “이렇게 다 오른지 몰랐다. 나오기 부담스러울 지경”이라고 입을 모았다.
○ 커피부터 기름값까지 전부 올라
이날 기자의 당일치기 나들이에는 총 20만500원이 들었다. 각 업주들에게 문의하고, 인터넷 정보를 취합한 결과 약 1년 전에는 17만1600원이면 같은 코스로 나들이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새 비용이 약 17% 늘어난 것이다.

가장 많이 오른 건 기름값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한 탓이다. 기자는 준중형 경유 승용차로 이날 약 210km를 이동하면서 약 16L를 사용해 약 3만1500원(L당 1966원)이 들었다. 지난해 같은 시기 서울 지역 주유소 경유 평균 가격(L당 1412원) 기준으로는 약 2만2600원이었는데, 8900원(약 39%)이 더 든 것이다.

외식비, 관람료 등 서비스업종도 일제히 올랐다. 원주시의 한 막국수 집은 한 그릇 가격이 7000원에서 최근 1000원 올라 8000원이 됐다.

원주시의 한 카페 역시 커피 한 잔당 가격이 5500원에서 6000원으로 500원씩 올랐다. 카페 관계자는 “재료값, 인건비 등이 전반적으로 많이 올라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 4인 가족 박물관 관람료 10만 원 넘어
기자가 찾은 원주시의 한 박물관은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과 함께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특별관 관람이 포함된 이곳의 티켓 값은 1인당 3만5000원으로 전년(3만2000원)보다 3000원 올랐다.

이날 부인, 아들 둘과 함께 박물관을 찾은 김모 씨(43)는 “가격을 보고 솔직히 깜짝 놀랐다”며 “볼거리가 많아 좋았지만 한번에 4인 가족 기준으로 10만 원이 넘게 드니 물가가 오른 게 체감됐다”고 말했다. 박물관 직원은 “시설 유지 및 보수 비용이 오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입장료를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관람을 하던 도중 간식을 먹기 위해 박물관 카페를 찾았다. 이곳에서 산 케이크 한 조각 가격은 1만1000원. 1년 전보다 1000원 올랐다. 케이크 등 빵값이 오른 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밀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생산량의 약 30%를 차지한다.

활어회 가격도 올랐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오후 5시경 서울 서초구의 횟집을 찾은 기자가 활어회 2인분에 지불한 가격은 6만 원이었다. 작년보다 1만 원 비쌌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줄였던 양식 물량이 급증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데다 사료와 기름값 인상까지 겹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횟집 종업원은 “전반적인 비용이 모두 오르다 보니 활어회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들이 물가 상승을 두고 세계적 수요 회복과 글로벌 공급망 붕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유가 인상이 시차를 두고 추가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어, 앞으로 서민들의 나들이 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될 조짐이 없는 데다 지난해부터 세계 소비시장의 수요 회복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물가 인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남건우 기자 woo@donga.com
#나들이 비용#기름값까지 전부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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