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으로 불이 타들어와 모든 것을 포기했던 순간, 소방대원들의 모습에 ‘하늘이 도와주시는구나’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어요.”
11일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중앙119구조본부에는 한 70대 노인이 쓴 감사 편지가 한 통 도착했다. 강원 동해시 만우마을 주민인 김준기 씨가 지난달 초 강원과 경북 일부를 휩쓴 동해안 산불 당시 소방관들의 활약에 대해 고마움을 전한 것이다.
앞서 지난달 5일 오전 5시경 본부 소속 수도권 119특수구조대는 산불화재 진압을 위해 만우마을로 출동했다.
당시 큰 불길이 강풍을 타고 마을로 넘어왔고 주민들은 법륜사와 인근 솔밭을 필사적으로 지키고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는 소방펌프차를 배치해 마을 방어선을 구축하고 화재진압에 나섰다. 같은 날 오후 10시경이 돼서야 큰불이 잡혔다. 하지만 돌풍으로 불씨가 되살아날 우려가 컸기에 결국 대원들은 다음 날까지 밤을 새우며 마을을 지켰다.
이 모습을 지켜봤던 김준기 씨는 편지를 통해 “산 주변에서 사방으로 불이 들어오는데 저희집 주변으로 구조대원들이 진화작업에 동원되는 모습을 봤다. 대원님들의 판단과 노련함이 제 마음을 순식간에 안정시켰다”고 회상했다.
김 씨는 “(대원들이) 집 주변에 머물며 밤새도록 잔불까지 지켜줘서 재발화의 불안한 마음을 잊을 수 있었다”며 “너무 수고 많으셨고 고생 많으셨다”고 말했다.
이어 “수고하신 대원님 여러분들의 노고를 마을 주민의 한 사람으로 인사드린다”며 “최선을 다해주신 친절한 대원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생각난다. 홍일점(여성 대원) 한 분이 특히 감명 깊었다. 열심히 하는 모습이 최고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좋은 감사의 표현들이 많은 것 같은데 표현이 부족해 아쉽다. 열심히 책임을 다해주신 119구조본부 대원님들께 또 감사드린다”고 재차 고마움을 표했다.
현장에 출동했던 장용출 대원과 김 씨가 ‘홍일점’으로 언급한 최다희 대원은 “당연한 일을 했음에도 이렇게 정성스럽게 편지를 보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주민들의 소중한 터전을 지켜내서 소방관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앞으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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