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걸 포기한 순간, 소방관이 밤새 지켜줬다” 70대의 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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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11일 1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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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동해시 만우동 산불 피해 현장(왼쪽)과 만우마을 주민 김준기 씨가 보낸 손편지. (동해시 제공)뉴스1·(소방청 제공)뉴시스
강원 동해시 만우동 산불 피해 현장(왼쪽)과 만우마을 주민 김준기 씨가 보낸 손편지. (동해시 제공)뉴스1·(소방청 제공)뉴시스
“사방으로 불이 타들어와 모든 것을 포기했던 순간, 소방대원들의 모습에 ‘하늘이 도와주시는구나’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어요.”

11일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중앙119구조본부에는 한 70대 노인이 쓴 감사 편지가 한 통 도착했다. 강원 동해시 만우마을 주민인 김준기 씨가 지난달 초 강원과 경북 일부를 휩쓴 동해안 산불 당시 소방관들의 활약에 대해 고마움을 전한 것이다.

앞서 지난달 5일 오전 5시경 본부 소속 수도권 119특수구조대는 산불화재 진압을 위해 만우마을로 출동했다.

당시 큰 불길이 강풍을 타고 마을로 넘어왔고 주민들은 법륜사와 인근 솔밭을 필사적으로 지키고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는 소방펌프차를 배치해 마을 방어선을 구축하고 화재진압에 나섰다. 같은 날 오후 10시경이 돼서야 큰불이 잡혔다. 하지만 돌풍으로 불씨가 되살아날 우려가 컸기에 결국 대원들은 다음 날까지 밤을 새우며 마을을 지켰다.

이 모습을 지켜봤던 김준기 씨는 편지를 통해 “산 주변에서 사방으로 불이 들어오는데 저희집 주변으로 구조대원들이 진화작업에 동원되는 모습을 봤다. 대원님들의 판단과 노련함이 제 마음을 순식간에 안정시켰다”고 회상했다.

김 씨는 “(대원들이) 집 주변에 머물며 밤새도록 잔불까지 지켜줘서 재발화의 불안한 마음을 잊을 수 있었다”며 “너무 수고 많으셨고 고생 많으셨다”고 말했다.

이어 “수고하신 대원님 여러분들의 노고를 마을 주민의 한 사람으로 인사드린다”며 “최선을 다해주신 친절한 대원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생각난다. 홍일점(여성 대원) 한 분이 특히 감명 깊었다. 열심히 하는 모습이 최고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좋은 감사의 표현들이 많은 것 같은데 표현이 부족해 아쉽다. 열심히 책임을 다해주신 119구조본부 대원님들께 또 감사드린다”고 재차 고마움을 표했다.

현장에 출동했던 장용출 대원과 김 씨가 ‘홍일점’으로 언급한 최다희 대원은 “당연한 일을 했음에도 이렇게 정성스럽게 편지를 보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주민들의 소중한 터전을 지켜내서 소방관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앞으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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