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급증에 텅빈 헌혈의집…혈액 재고 3.1일분 그쳐 ‘빨간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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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2일 0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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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세종충남혈액원의 혈액 창고가 비어 있다. 코로나의 확산으로 헌혈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2022.2.4/뉴스1 © News1
대전세종충남혈액원의 혈액 창고가 비어 있다. 코로나의 확산으로 헌혈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2022.2.4/뉴스1 © News1
헌혈자가 감소하면서 경기 수원시 권선구 대한적십자사 경기혈액원의 혈액 보관창고가 비어있다. 2022.2.18/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헌혈자가 감소하면서 경기 수원시 권선구 대한적십자사 경기혈액원의 혈액 보관창고가 비어있다. 2022.2.18/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1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회기 헌혈의집은 약 한 시간 동안 단 한 명의 헌혈자도 찾아오지 않아 적막감을 보였다. 한 달 전만 해도 종종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북적이던 공간에 이날은 헌혈자보다 의료진이 더 많았다.

헌혈의집 간호사는 “최근 한 달 사이 헌혈자가 40%정도 줄었다”며 “코로나19 유행 이후 혈액수급 위기단계가 ‘경계’(혈액수급 부족 지속) 상태로 며칠째 이어지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2일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의료기관에 공급할 수 있는 혈액과 검사 대기 중인 재고량은 1일 기준 1만5617유닛으로 고작 3.1일분이 남아있다.

대형 사고가 발생할 것에 대비하려면 하루 평균 재고 혈액량은 5일분이 넘어야한다. 현재 B형 혈액 보유량(3.9일분)을 제외한 모든 혈액형이 2일분대에 머물러 있다.

회기 헌혈의집은 대학가 인근에 자리해 평소 학생들의 헌혈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달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대학의 단체 헌혈이나 학생 헌혈이 급격히 줄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학교와 직장의 단체 헌혈이 감소했다”며 “공공기관과 군 부대에 헌혈을 독려하고 있지만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혈액 보유량의 급감한 것은 코로나 환자의 급증으로 헌혈 가능 인구가 줄었기 때문이다. 62만1328명이 확진된 3월16일부터 약 보름 동안 600만명 넘게 확진 판정을 받았다. 1~3월 확진자가 전체 누적 확진자의 90%를 넘는다.

완치가 돼도 격리 해제일로부터 4주 후에나 헌혈이 가능하기 때문에 확진 판정을 받은 날부터 최소 5주간은 헌혈을 할 수 없다. 완치 이후에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면 헌혈에 나서기가 조심스럽다.

헌혈자가 헌혈 이틀 내에 확진 판정을 받아 혈액을 폐기하는 사례도 있다. 헌혈의집 관계자는 “완치 후 4주가 지나기 전에 왔다가 헌혈을 못하고 돌아가는 분도 많다”고 일러주었다.

잠수함사령부 장병들이 혈액 부족 해소를 위해 사랑의 헌혈 운동을 하고 있다. (잠수함사령부 제공) 2022.2.10/뉴스1
잠수함사령부 장병들이 혈액 부족 해소를 위해 사랑의 헌혈 운동을 하고 있다. (잠수함사령부 제공) 2022.2.10/뉴스1
혈액은 수입이 불가능하다. 국제적십자사연맹(IFRC)과 세계보건기구(WHO)는 국가의 혈액 자급자족 원칙을 권고하고 있다. 국가마다 혈액 사업 운영 가이드라인과 혈액 검사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 헌혈자의 참여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정헌혈 비율도 높아지는 추세다. 지정헌혈이란 헌혈자가 수혈자를 미리 지정해놓고 헌혈하는 것을 의미한다. 혈액이 당장 필요한 환자가 지인이나 가족을 통해 혈액을 바로 수급할 수 있다.

최근 온라인에도 불특정다수에게 지정헌혈을 부탁하는 글이 적지 않다. 친지나 직장 동료에게 부탁하지 못하면 수술을 제때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의료현장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1일 회기 헌혈의집에서 만난 박선일씨(36)는 “지인의 아내가 수술을 받아 일부러 지정헌혈을 하러 왔다”며 “요즘 혈액이 많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혈액은 장기간 보관이 어려워 헌혈자의 지속적인 참여가 필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접종 7일 후부터 다음 회차 백신 접종 때까지 헌혈할 수 있다. 백신 접종 이상반응이 있으면 증상이 사라진 날부터 7일이 더 지나야 헌혈이 가능하다.

대한적십자사는 “코로나19는 혈액 매개 감염병이 아니다”며 “혈액 부족으로 환자의 생명이 위협받지 않도록 헌혈에 적극 참여해주길 간절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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