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5명 중 1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자가격리 기간에 연차 사용을 강요하는 등 직장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는 사례들이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열악한 중소기업에서는 회사 상황 등을 이유로 확진자에게 부당한 업무 지시가 내려지는 사례도 있다.
29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법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은 사업자의 귀책 사유가 아니기 때문에 사업주가 자가격리 기간에 유급휴가를 지급하는 것은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이다. 이 때문에 근로자 입장에서는 억울해도 회사의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30대 회사원 박모씨는 같이 식사를 한 직장 동료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같이 확진됐다. 박씨는 “회사에서 무급휴가나 연차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더라. 회사에서 일하다가 확진된 건데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며 “코로나 확진으로 회사를 쉰 경우 사업주는 연차 이외의 유급휴가를 주고,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거 아니었나”라고 말했다.
40대 회사원 최모씨는 아이의 어린이집 발 코로나 확진으로 온가족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최씨는 “저도 확진판정을 받고서 공가 처리를 해달라고 하니 그렇게는 안 된다고 하더라. 결국 연차를 썼다”고 전했다.
회사의 눈치가 보여 연차도 쓰지 못하고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확진 후 바로 재택근무를 했다는 20대 김모씨는 “확진 소식을 회사에 알리니 아프면 연차를 쓰라고 했다. 초반에 좀 아파서 쉬고 싶었지만 눈치가 보여 연차도 쓰지 못했다. 이전에 확진됐던 상사들도 다 재택근무를 했기 때문”이라며 “주변 친구들은 회사에서 일주일 동안 쉬게 해줬는데 연차를 소진하라고 하니 억울했다”고 말했다.
자가격리 7일 방역지침을 어기고 빨리 출근하기를 종용하는 회사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지역 커뮤니티 이용자는 “사무실에서 사정상 빨리 출근하기를 원하는 눈치다. 격리 닷새째 되는 날 병원 갔다가 음성 판정 나오면 출근하라는 눈치인데 격리 해제 전에 검사가 되냐”고 질문하는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회사 상황에 따라 검사 안 하고 다 출근하더라” “격리가 끝나기 전에 검사 따로 안 하고 자가키트 하고 출근하더라” 등의 댓글이 달렸다.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애로 사항이 있었다.
제조 회사를 운영하는 50대 류모씨는 “직원들 중 가족들은 양성이고 본인만 음성이라 출근을 보류 중인 사람들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지원금이 따로 나오지 않아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다. 업무상 재택근무가 불가능한데 출근시켰다가 며칠 후에 확진되면 업무 전체가 마비되니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코로나19를 포함해 ‘업무 외 질병’에 대한 유급휴가를 보장해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남석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업무와 인과관계가 있어야만 산재를 인정한다. 산재가 인정돼야 돈을 받으면서 치료에 전념할 수 있는데 문제는 코로나19는 업무 외 질병이라는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외국의 경우 개인적인 사유로 아픈 경우에도 회사가 일정 기간, 정해진 금액 한도 내에서 수입을 보장해준다. 우리나라도 업무 외 질병에 대해 유급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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