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군 PCR 2주, 확진자 4배 늘어…놓친 감염자 많았나

  • 뉴시스
  • 입력 2022년 2월 17일 05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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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 코로나19 고위험군 중심의 검사체계로 전환한 이후 방역 당국에 집계된 확진자 수가 4배 이상 늘어났다. 유전자 증폭(PCR) 검사 대상이 줄면서 확진자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벗어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 유행세가 매서울 뿐만 아니라 신속항원검사(RAT)로 놓친 감염자로 인해 유행 규모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PCR 검사 역량을 빠르게 확충하고 우선 검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7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16일 0시 기준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는 역대 가장 많은 9만443명이다.

기존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2~3배 빠른 오미크론 변이가 지배종이 되면서 확진자 수도 급격하게 늘어나는 양상이다. 2주 전인 지난 2일 2만268명이었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1주 전인 9일 4만9550명, 16일 9만443명으로 급증했다. 2주간 4.46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이같은 증가세는 고위험군 중심의 우선 검사체계로 바뀌면서 집계되는 확진자 규모가 이전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예상을 빗나간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만큼 오미크론 확산세가 매섭다는 사실과 함께 바뀐 검사체계로 놓치는 감염자가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PCR 검사는 지난 3일부터 60세 이상, 밀접 접촉자, 의사소견서 지참자 등 고위험군에 한해서만 우선 실시되고 있다. 하루 최대 가능한 PCR 검사 85만건을 고위험군에 집중해 중증·사망 피해를 줄이겠다는 이유에서다. 그 외에는 RAT에서 양성이 나와야만 PCR 검사가 가능하다.

염려되는 지점은 PCR 검사보다 정확도가 낮은 RAT다. 실제 감염됐는데도 RAT 결과 음성이 나오는 ‘위음성’으로 PCR 검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의심 증상에도 RAT는 잇따라 음성으로 나오자 자비로 PCR 검사를 받고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사례도 나왔다.

유행 규모가 커지면 RAT 위음성률도 덩달아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이 추정한 RAT 위음성률에 따르면 유병률이 1%일 때 전체 검사 건수 대비 위음성률은 0.01%다. 그러나 유병률이 10%로 증가하면 위음성률은 1.1%로 늘어난다.

결국 RAT가 찾지 못한 감염자들이 추가로 감염을 전파했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실제 감염자 수가 당국이 집계한 9만443명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PCR 검사로 확인된 감염자만 9만명이다. 모든 사람이 PCR 검사를 받았다면 10만명을 넘었을 것”이라며 “RAT로 놓친 무증상자의 감염 전파로 다른 많은 환자를 놓치고, 여기저기서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교수는 “유행이 급증하면서 고위험군이 아닌 이들도 증상이 있어 RAT를 했을 것이다. 주말에 검사가 안 되니 월~화요일 선별진료소에서 RAT에 PCR 검사까지 해 9만명을 넘은 것”이라며 “무증상·경증 환자가 많으니 실제 감염자는 최소 2배는 더 많을 것”이라고 봤다.
일각에서는 현행처럼 고위험군 PCR 검사와 저위험군 RAT를 병행하면 실제 집계 가능한 감염자 수는 하루 최대 30만명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선별진료소나 임시선별검사소 등에서 진행되는 PCR 검사 50만건에 선제 검사 목적의 검사 건수를 포함해도 전체 검사자 대비 확진자 비율인 양성률은 60%를 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선별진료소 등을 통해 PCR 검사를 하루 50만건 전후로 해서 양성률이 60%면 30만명이 확진되는데, 양성률이 그 이상으로 올라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밀접 접촉자 중 상당수는 감염이 안 된 이들도 있고, 입원을 위해 선제 검사하는 이들도 있어 60%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현행 검사체계가 유행 규모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뿐더러 감염 전파를 늘린다는 비판은 계속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정부도 논란을 의식한 듯 PCR 검사 우선순위 대상자 확대를 검토 중이다.

학교장이 검사를 의뢰한 이들은 지난 14일부터 우선 검사 대상에 포함됐다. 입원 환자와 선별진료소를 함께 방문한 보호자 1명도 이번 주부터 우선 검사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간병인에 대해서는 보험 급여 적용 비율과 시기 등을 결정한 후 포함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더 나아가 60세 미만 기저질환자, 미접종자, 사회필수요원 등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중증·사망 방지에 초점을 두겠다면 당연히 60세 미만 기저질환자와 미접종자도 PCR 검사 우선대상에 포함되는 게 맞다”며 “하루 최대 85만건까지 가능하다고 공언한 만큼 서둘러 검사 역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도 “PCR 검사 역량 85만건을 최대한 발휘하지 않고 갑자기 RAT를 하는 바람에 많은 환자를 놓쳤고, 여기저기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며 “의료진, 경찰, 군인 등 사회필수요원은 PCR 검사 우선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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