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방역’ 떠안은 학교 혼돈…교육부 “긴급대응팀 마련”

  • 뉴스1
  • 입력 2022년 2월 9일 15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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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초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일인 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서울장월초등학교에서 예비 1학년 어린이와 학부모가 손 소독을 하고 있다. 2022.1.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2022학년도 초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일인 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서울장월초등학교에서 예비 1학년 어린이와 학부모가 손 소독을 하고 있다. 2022.1.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코로나19 확산세에 3월 초 확진자 수가 1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새 학기 학교 방역 관리에 자율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교육 현장에서는 9일 현재 혼란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오미크론 변이의 영향으로 지난 일주일간 서울의 코로나19 신규 학생 확진자 수가 2배 이상 급증한 2755명으로 집계되면서 학교의 ‘셀프 방역’ 준비에 더욱 부담이 실린다는 지적이다.

앞서 교원단체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학교 방역체계를 오미크론 대응체계로 전환하면서 교사의 방역업무가 가중돼 학교 교육활동이 마비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7일 교육부의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올해도 교원들은 ‘학교가 알아서 결정하고 책임지는 구조’ 속에서 방역 당국과 보건당국의 역할까지 떠맡게 됐다”면서 “학교가 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대구학교안전공제회 방역요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대구 수성구 시지고등학교 교실 구석구석을 소독하는 모습. 2021.8.16/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대구학교안전공제회 방역요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대구 수성구 시지고등학교 교실 구석구석을 소독하는 모습. 2021.8.16/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역시 “학교 규모에 따라 100명이 넘는 확진·격리 학생이 나와도 전체 등교를 하도록 하는 원칙에 학부모가 얼마나 수긍할지 우려된다”며 “그런 상황에서 학교가 탄력적으로 결정하도록 한 것은 비교에 따른 혼란과 온갖 민원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나마 교육부 방안 중 일부를 시의적절하고 유용한 대책이라고 평가한 교사노동조합연맹도 Δ코로나19 검사와 접촉자 분류에 필요한 인력 추가 배치 Δ발열체크와 소독, 자가진단키트 관련 업무를 방역 인력의 업무로 명시 Δ출석 관련 서류 처리 간소화 등을 요구했다.

현장의 목소리도 비슷하다.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A 교장은 “지금 학교 현장은 대혼란이다. 어쨌든 교육부가 발표한 현행대로 시행한다면 방역인력을 채용해서 보건교사를 보조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게 최선”이라면서 “아직 세부 지침도 내려오지 않았다. 개학이 코앞인데 (준비에) 며칠이나 줄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강서구의 한 초등학교 B 교감은 “보건당국과 충분히 협의를 마친 것인지 의문이 든다”면서 “구체적인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예산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A 교장은 “지난해 교육부가 추경을 통해 예산을 확보했다면서 전국 시도교육청에 한꺼번에 내려보내 시민들로부터 비판을 받았었다”면서 “새 학기를 앞두고 방역이 문제가 될 걸 알면서도 예산을 계획성 있게 짜 놓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했다.

B 교감 역시 “재작년 ‘마스크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면서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따로 구매해서 미리 준비해야 하나 싶은데 올해 예산이 이미 다 끝났다. 교육부에서 키트를 언제, 어떻게 주는지도 아직 명확하지가 않다”고 했다.

◇전문가 “방역인력 동원해 소독·환기·거리두기 등 관리가 최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오미크론 대응 새 학기 등교 및 방역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2.2.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오미크론 대응 새 학기 등교 및 방역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2.2.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최일선 보건교사들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송선영 전국보건교사노조 대변인은 “일선 반응은 다양하지만 일단 부정적인 의견이 훨씬 많다. 학생 확진자는 어차피 증가하게 돼 있고 계속 발생될 것인데, 학교 방역업무를 너무 촘촘하게 짜 놨다”고 지적했다.

송 대변인은 이어 “방역인력은 단기 인력으로 학교의 공용 구역을 소독하거나 학생들 거리두기를 지도하는 등의 업무를 한다”면서 “결국 늘어나는 방역인력과 보건업무는 상관이 없다. 교육부 발표대로 실행된다면 학교가 너무나 힘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육당국이 현 방침을 유지한다면 방역인력 총동원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교육당국의 방침에 근본적으로 무리가 있다. 어느 정도 감소 추세로 들어갔을 때 등교 수업을 해야 한다”라면서 “굳이 하겠다고 하면 학교에선 방역인력을 동원해 소독이라든지 환기, 아이들 관리를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이같은 논란이 계속되자 교육부는 이날 오후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새학기 학교 현장의 방역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적극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는 방역당국과 협의해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접촉자 분류기준과 접촉자에 대한 진단검사 방법을 제시한다. 학교장 주관으로 실시하게 되는 학교 접촉자 분류를 위한 자체조사의 결과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도 묻지 않는다.

아울러 학교를 지원할 수 있는 긴급대응팀 운영을 각 시도교육청과 협의 중이며, 방역 전담 인력과 보건교사 지원 인력을 배치해 학교 방역 업무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보건교사 지원 인력은 총 1153명이었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교육부는 “방역체계 전환에 따른 학교 현장의 이해를 돕고자 접촉자 분류를 위한 학교 자체조사 및 진단검사 방법, 방역인력 운영 등의 내용을 포함한 ‘유초중등 및 특수학교 코로나19 감염예방 관리 안내서’를 보완해 각급학교에 배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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