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최고기온 갈아치우는 지구… 우리는 뭘 해야 할까[강은지의 반짝반짝 우리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30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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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우리나라 연평균기온 역대 2위
NASA “기후변화는 실존적 위협”
친환경소비 촉진하는 탄소중립포인트제 실시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해마다 1월이면 환경 분야에서도 전년도 주요 수치들이 정리됩니다. 그 중에서도 지구는, 그리고 우리나라는 얼마나 뜨끈했는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최근 몇 년 간, 연평균기온이 매년 ‘역대급’ 기록을 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반짝반짝 우리별’에서는 지난해 우리 지구는 얼마나 더웠는지 알아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내 놓은 정책 가운데 탄소중립포인트제라는 게 어떤 건지, 실생활에서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지난해, 역대 2번째로 뜨끈했다
먼저 기상청이 23일 발표한 ‘2021년 기후 분석 결과’를 볼까요. 지난해 우리나라 연평균기온은 13.3도였습니다. 이 수치는 전국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래 두 번째로 높은 수준입니다. 연평균기온이 가장 높았던 해인 2016년(13.4도)와 비교하면 겨우 0.1도 낮습니다. 최근 30년(1990~2020년) 연평균기온 평균치인 12.5도보다는 0.8도나 높습니다.

우리나라 연평균기온 상위 10개 연도 순위
우리나라 연평균기온 상위 10개 연도 순위
전체 연평균기온으로는 역대 2위지만, 지역별로 나눠보면 지난해가 역대 가장 따뜻한 해인 곳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입니다. 기상청은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 대전권(대전 세종 충남), 경남권(부산 울산 경남), 전북, 전남권(광주 전남), 제주의 연평균기온이 역대 1위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봄, 서울에서 벚꽃이 1922년 관측 시작 이래 100년 만에 가장 빠른 3월 24일에 개화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기후변화는 점차 가팔라지는 추세입니다. 연평균기온이 가장 높은 상위 10개 연도를 보시죠. 1998년과 1994년을 제외하면 8개 연도가 모두 2000년대입니다. 특히 2017년을 제외하고 2015년부터 모든 해가 10위권에 들어와 있다는 점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듯 합니다.


● 기후변화, 북반구에서 더 빠르게 나타난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공개한 지난해 지구표면 온도. 1981~2010년 평균 온도와 비교해 따뜻한 지역은 빨간색으로, 차가운 곳은 파란색으로 표시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공개한 지난해 지구표면 온도. 1981~2010년 평균 온도와 비교해 따뜻한 지역은 빨간색으로, 차가운 곳은 파란색으로 표시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연평균기온이 역대 2위라면, 전 지구 평균기온은 어떨까요. 측정 지점과 방식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비슷합니다. 지난해 지구 평균 기온에 대해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는 역대 5위,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역대 6위 수준으로 따뜻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혹시 이상한 점을 찾으셨나요? 지난해는 전 지구적으로 5번째, 혹은 6번째로 따뜻한 해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역대 두 번째로 따뜻했는데 말입니다. 이는 지구온난화가 전 지구에서 진행되기는 하지만, 모든 지역에서 균등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란 것을 뜻합니다.

실제로 기후변화 영향은 북반구 중위도 이상 지역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극 얼음이 많이 녹았다 얼기를 반복하며 북극 지역의 온도 변화폭이 크고, 북반구 중위도 이상 지역들이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입니다. NOAA는 “지난해 북반구 표면온도는 역대 세 번째로 높았고, 남반구 표면온도는 아홉 번째로 높았다”며 그 차이를 설명했습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분석한 지난해 지구표면 온도. 역대 가장 따뜻했던 지역일수록 빨간색으로, 차가운 지역일수록 파란색으로 표시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일부 지역이 빨갛게 표시돼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분석한 지난해 지구표면 온도. 역대 가장 따뜻했던 지역일수록 빨간색으로, 차가운 지역일수록 파란색으로 표시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일부 지역이 빨갛게 표시돼 있다.
기후 변화는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요. ‘기후 재앙’이라 불리는 이상기후현상이 대표적입니다. 지난해 북반구에서 발생한 기후 재앙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의 낮 최고기온이 54.4도까지 치솟고 터키와 그리스에서는 고온 현상으로 인한 대형 산불이 수일간 지속됐습니다. 차가운 땅 시베리아에서도 여름에 산불이 발생했고, 중국 허난성에는 사흘 간 1년 치 강수량에 해당하는 비가 쏟아져 내렸습니다. 인도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는 빙하가 녹으면서 홍수가 발생했고, 북극 인근에 있는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 꼭대기에서는 관측 사상 처음으로 눈 대신 비가 내리기도 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8월 중순 아쿠아 위성으로 관측한 그린란드 정상 모습. 파란색 눈이 녹아 초록색 지표면이 드러나 있다. 그린란드 위에 쌓인 눈은 여름철에 녹았다 얼기를 반복하지만 정상 부분까지 눈이 녹은 것은 처음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8월 중순 아쿠아 위성으로 관측한 그린란드 정상 모습. 파란색 눈이 녹아 초록색 지표면이 드러나 있다. 그린란드 위에 쌓인 눈은 여름철에 녹았다 얼기를 반복하지만 정상 부분까지 눈이 녹은 것은 처음이다.
NASA 빌 넬슨 국장은 지난해 연평균 기온 순위를 발표하며 “기후변화는 우리 시대의 실존적인 위협”이라며 “모든 인류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한 대담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연평균 온도는 산업화 시기(1850~1900년) 이전과 비교하면 1.1도~1.2도 가량 상승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맞춘다는 유엔의 목표를 돌이켜보면, 시간이 없다는 겁니다.

● 친환경 활동하면 보상 지급하는 제도 도입

19일부터 시작한 ‘탄소중립 실천포인트제’ 운영 체계. 회원가입을 하고 해당 가게를 이용하면 일정 비용을 지급받는다. 홈페이지 캡쳐
19일부터 시작한 ‘탄소중립 실천포인트제’ 운영 체계. 회원가입을 하고 해당 가게를 이용하면 일정 비용을 지급받는다. 홈페이지 캡쳐
이 때문에 정부도 지난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만들고 올해를 탄소중립 이행 원년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연내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세우고 주요 개발사업에 기후변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는 ‘기후변화영향평가제도’를 시행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합니다.

그 중 ‘탄소중립 실천포인트제’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옵니다. 올해 처음 만들어진 이 제도는 시민들이 친환경 활동에 참여하고 실천하는 걸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종이영수증 대신 전자영수증을 발급받거나, 화장품·세제를 새로 사는 대신 내용물만 리필해서 사는 것 말입니다. 이 경우 일정 금액을 현금이나 사용하는 카드의 포인트로 보상한다고 합니다. 1인당 최대 7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하는군요!

‘탄소중립 실천포인트제’ 보상 받을 수 있는 방법들. 홈페이지 캡쳐
‘탄소중립 실천포인트제’ 보상 받을 수 있는 방법들. 홈페이지 캡쳐
탄소중립 실천포인트제 혜택을 보려면 일단 홈페이지(http://cpoint.or.kr/netzero)에 가입해야 합니다. 홈페이지에서 추후 보상을 개인 계좌에 현금으로 돌려받을지 카드 포인트로 받을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여섯 가지입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종이영수증 대신 전자영수증을 발급받거나, 샴푸나 화장품을 덜어 파는 리필 스테이션을 이용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최근에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 일부 지점에 리필 스테이션을 마련한 곳들이 늘고 있습니다. 또 전기차를 빌려도, 요기요와 배달특급에서 다회용기로 음식을 배달시켜도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다회용기 배달 사업은 아직 서울 강남구와 경기 화성시 일부에서만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참여 업체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환경부는 “참여 업체 및 매장은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 저탄소 사회 이끄는 마중물 될까
제로 웨이스트(쓰레기 없는) 가게 ‘알맹상점’. 화장품과 세제 등을 필요한 만큼 덜어서 무게를 재 구입한다.
제로 웨이스트(쓰레기 없는) 가게 ‘알맹상점’. 화장품과 세제 등을 필요한 만큼 덜어서 무게를 재 구입한다.
활용 방법은 간단합니다. 리필 스테이션을 예로 들어볼까요. 서울 마포구에 있는 ‘알맹상점’이 대표적이고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도 화장품과 세제를 리필해 파는 곳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 곳에서는 필요한 제품을 미리 준비한 빈 용기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계산할 때 휴대전화번호를 입력하면 끝입니다. ‘탄소중립 실천포인트’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구입한 곳에 회원 가입해 휴대전화번호를 등록했으니, 전산에서 자동으로 구입 내역이 취합된다고 합니다. 대형 마트와 백화점, 화장품 회사 등은 기존에 회원제를 운영하고 있는 곳이 많아 적립이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알맹상점은 아직 전산망이 완전히 구축되지 않아 당장 포인트가 적립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당분간은 대형마트를 우선 공략해야할듯 합니다. 알맹상점에서도 포인트 적립이 가능해지면 인스타그램에 공지한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빈 용기에 화장품을 리필하는 모습. 내용물만 덜어서 사면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빈 용기에 화장품을 리필하는 모습. 내용물만 덜어서 사면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다만 ‘탄소중립 실천포인트’를 무제한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한선이 있습니다. 리필 스테이션을 한 번 이용하면 2000원을 받지만 최대 5번(총 1만 원)까지만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다회용기 사용도 최대 10번(1회당 1000원), 전자영수증 발급은 100번(1회당 100원)까지입니다. 소비자들이 ‘녹색소비’를 할 수 있게 이끄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고금숙 알맹상점 공동대표는 “저탄소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는 정부가 독려한다는 느낌을 주고, 아직 저탄소 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한 번쯤 실천해볼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정책”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김법정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장은 18일 언론 브리핑에서 “시민들이 친환경제품을 구매하게 되면 결국 산업계가 바뀌게 된다”며 “소비자가 바뀌면 녹색경제와 녹색사회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은 4월까지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하고 정산해 5월에 첫 인센티브를 일괄 지급하고, 이후 월별로 지급할 계획입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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