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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단독]슬리퍼 발가락사이 ‘2cm 몰카’ 그놈, 7년간 1만장 찰칵…1심 징역 4년

입력 2022-01-20 11:47업데이트 2022-02-17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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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발가락 사이에 초소형 카메라를 끼워 몰래 여성의 신체를 촬영하는 등의 방법으로 7년 간 1만 건 이상 불법 촬영을 한 남성에게 1심에서 징역 4년이 선고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1단독(부장판사 김유랑)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40대 남성 A 씨에게 지난해 12월 9일 징역 4년을 선고했다. 12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5년간 신상정보공개 고지, 5년간 취업제한 명령도 함께 내렸다. 재판부는 “A 씨가 자신의 어린 자녀와 함께 있을 때도 불법 촬영을 하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대표인 A 씨는 지난해 6월 경기도 용인의 한 카페에서 슬리퍼를 신은 채 발가락 사이에 2cm 크기의 초소형 카메라를 끼운 뒤 얇은 여름 양말로 이를 가려 불법 촬영을 시도하다 경찰에 검거돼 재판에 넘겨졌다. 몇 달간 카페에서 직원이 뒤돌아선 틈을 타 발을 뻗는 등 A 씨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직원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또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직원 등 지인이나 불특정 다수 여성을 상대로 길거리, 은행, 비행기, 지하철,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상습적으로 불법 촬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범행을 위해 휴대전화 카메라 외에도 양말이나 신발에 장착할 수 있는 초소형 카메라나 ‘볼펜카메라’ 등 눈에 띄지 않는 특수 카메라를 동원했다.

약 7년 동안 A 씨가 촬영한 불법촬영물은 최소 동영상 245개, 사진 1만2686장에 달한다. 특히 공공장소에서 A 씨에게 불법 촬영을 당하고도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피해자가 대부분이라 정확한 피해자 수조차 파악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 과정에서 A 씨 측은 이 중 일부 촬영물에 대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길거리 등 공개된 장소에서 피해자들이 자신의 의사에 의해 드러낸 신체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본인의 의사에 반해 함부로 촬영당하는 맥락에서는 성적 수치심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A 씨가 촬영한 사진이 특정 신체 부위들에 집중된 점 등도 감안했다.

재판부는 “일부 피해자들이 A 씨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겼으나 신체를 촬영하는 점에 대한 명확한 단서를 확인하지 못해 불안감과 공포감에 시달려야 했다”며 “신분이 특정되지 않은 다수의 피해자들이 A 씨의 범행을 알게 될 경우 느끼게 될 성적 굴욕감이나 불쾌감, 정신적 충격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A 씨는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피해자들을 대리한 유형빈 변호사는 “피해자들 중 일부는 여전히 A 씨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어 합의를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며 “유사한 2차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회사 내에서 상급자가 저지른 성범죄에 대해서는 회사 차원에서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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