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바꾸는 교육정책 제안]국립대 특화연구소가 필요한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13일 14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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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를 키워내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교육정책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비대면의 일상화를 가져왔고 산업 판도를 바꾸고 있다. 콘텐츠와 문화가 주력 성장 동력이 됐지만 교육의 기여는 미미하다. 교육이 바뀌어야 할 이유 가운데 하나다.

현장 교육전문가들의 제안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은 ‘간절함’ 때문이다. 이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한국교육을 개선하기 위해 몸을 던지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된다면 한국교육의 질적 개선을 가져올 것이다. 현장에서는 21대 대통령 선거를 60여일 앞둔 현재까지도 유력 대선후보들의 교육공약이 무엇인지 제대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는 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에 동아일보-동아닷컴은 9회에 걸쳐 ‘미래를 바꾸는 교육정책 제안’ 시리즈를 온라인으로 연재한다. 현장 교육전문가 9명이 필자로 나서 차기정부에 교육정책을 제안한다. 5일부터 17일까지(주말 제외) 이어지는 시리즈는 교육일반, 대학정책, 민관협업 등 3부로 구성 될 예정이다.》


김명동 강원대 교수
김명동 강원대 교수


인구감소로 지역소멸이 우려되고 있는 현실에서 국립대의 교육과 연구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은 국립대의 경쟁력 강화가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을 막을 수 있는 유력한 수단 가운데 하나라고 보기 때문이다.

⑦ 국립대는 지역발전의 씽크탱크…특성화가 관건


대학교육이 보편화된 요즘 국립대의 역할과 기능의 변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국립대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대학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와 지역공동체가 공공자원으로서 국립대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와 혁신이 새로운 지식창출의 기반이라고 전제한다면 지역 대학의 혁신과, 대학이 창출하는 지식은 사회경제적으로 지역에 상응하는 가치를 창출할 것임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국립대의 혁신은 가치사슬이라는 측면에서 지역사회와의 연결고리에서부터 고민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국립대가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지역발전의 씽크탱크(think-tank)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특성화 발전계획을 지역공동체와 함께 수립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대학도 지원에 걸맞는 준비 즉 혁신이 필요하다. 대학 특성화는 대학 역량과 지역의 여건을 고려해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국립대 특성화가 빛을 발하려면 교육과 연구에서 기존의 관행을 뛰어넘는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여기에는 대학 차원의 노력과 교수 개개인의 혁신 마인드 무장이 필요하다.

특성화의 기반은 융합과 협력


대학은 어떻게 산업에 필요한 인력을 배출할 수 있을까? 대학의 생존전략과 강점이 담긴 특성화가 답이다. 대학의 역량과 국가차원의 수요를 면밀하게 분석한 후 ‘특성화 학문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학은 단과대학과 학과로 구분된 오래된 벽을 과감하게 허물어야 한다. 일부 단과대학이나 학과의 구성원만으로는 대학의 특성화를 추진할 수 없다. 특성화의 기반은 융합과 협력이다. 경쟁력 있는 특성화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연구력을 갖춘 교원이 참여해 학생을 지도하고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 학과 조직은 학생 중심으로 만들고 교수는 연구 분야별로 소속시켜야 한다.

최근 사립대를 중심으로 ‘반도체’ 관련학과를 개설한 사례는 국립대에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올해 20개교에서 650여명의 신입생을 모집하는데 대부분 사립대이다.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와 산업에 국립대가 얼마만큼 적극적이고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볼 때다. 오래된 학문단위와 스스로 쌓은 높은 벽안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 학문적 정체(正體)성을 고집하면 정체(停滯)된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지자체와 연계한 특화연구소 육성해야


대학의 특성화를 추진하는 방안으로 지자체와 연계한 특화연구소를 제안한다. 특화연구소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적 지원과 대학의 공간과 인력의 융합이 필요하다. 특화연구소는 국가 및 지역 현안 해결에 집중해야지 단기적 성과를 내는 데 급급해서는 안 된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추격에서 선도로 바뀐 만큼 국립대는 기초를 닦아 국가경쟁력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강원대 삼척 캠퍼스에는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는 AI 기후재난융합연구소가 있는데 국립대 책무에 부응하는 예이다.

강원대 누룩연구소는 지역산업 발전과 관계돼 있는 경우다. 2021년 대학과 춘천시는 지역전통주산업 진흥을 위해 누룩연구소를 설립했다. 시는 첨단장비 구축과 연구소 운영을 위한 예산을 지원하고 대학은 인력과 공간을 지원하고 있다. 누룩연구소는 발효균 연구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 발효균은 식품산업의 ‘소부장’격이다. 우리만의 토종 종균이 없이는 앞으로 식품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진 식품 관련 기업들이 누룩연구소와 협업하고 있다. 대학은 생명과학 분야 연구소 2-3개를 누룩연구소 인근에 추가로 유치해 발효산업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강원대는 누룩연구소를 통해 국가기관으로서 발효 종균 안보에 기여하는 동시에 차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가고 있다. 거점국립대에는 강원대처럼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 산업을 이끌 수 있는 특화된 연구소가 다수 있다.

특화연구소 설계 시 원활한 산학협력 고려해야


특화연구소는 학생들의 교육과 연구 활동, 기업의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하는데 원활한 산학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교육, 연구, 연구지원 시설과 기업 연구소가 집적된 Astar라는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의 강의실, 연구실, 기업의 연구소, 정부의 연구지원 조직이 특화된 동일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전자 연구로 특화된 ‘Helix’라는 건물에는 관련 학과, 연구실, 기업연구소가 집적돼 있다. 이런 시스템은 대학, 학생, 기업 모두에게 효율적이다. 특화연구소를 캠퍼스 산학협력단지(혁신파크)에 두고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의 협력, 나아가 출연기관을 국립대로 유치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대학의 특성화 분야와 부합하는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협업은 시너지를 낼 뿐만 아니라 국립대의 책무와도 부합한다. 필요하다면 특화연구소를 중심으로 새로운 학과 개설도 추진해야 한다.

김명동 강원대 교수
서울대 석사, 박사, 전)강원대학교 기획처장



정리=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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