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9명 찬반 엇갈리자 표결… 文대통령 “찬반 넘어 통합 계기로”
朴 “文대통령-정부에 심심한 사의”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1일 오후 2시 30분부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2차 사면심사위원회 도중 위원장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오후 4시 30분경 회의에 참석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안 논의를 주재했다. 9명의 사면심사위원은 박 전 대통령 사면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냈고, 토론을 거쳤지만 만장일치로 뜻이 모이지 않자 이례적으로 표결에 부쳤다고 한다. 결국 박 장관을 포함한 법무부 내부위원(4명) 등의 주도로 과반 득표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안이 통과됐고, 이 안건은 24일 국무회의에서 그대로 통과됐다.
당초 여권 안팎에선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악화된 게 사면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이 음식물을 씹지 못할 정도로 치아 상태가 나빠졌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라는 전문의 의견서 등을 보고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사면심사위원회 약 일주일 전에 청와대 민정라인 등 참모진에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뜻이 김진국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통해 박 장관에게 전달돼 사면심사위에서 박 전 대통령 사면안이 관철됐다.
문 대통령은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과거에 매몰돼 서로 다투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힘을 합쳐야 할 때”라며 “이번 사면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사면에 반대하는 분들의 넓은 이해와 해량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입원 중인 삼성서울병원에서 유영하 변호사를 면담한 뒤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사면을 결정해주신 문 대통령과 정부 당국에도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질병 치료에 전념해서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여러분께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국민통합을 위한 문 대통령의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죄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을 지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우리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늦었지만 환영한다. 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길 바라겠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