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지역 어린이들이 더는 굶지 않도록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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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선월드와이드

“저는 학교에 폭탄이 떨어졌을 때 살아남았어요. 살아남기 위해 우리 집도, 친구들도, 장난감도 두고 도망쳤어요. 미사일과 폭탄과 총을 든 군인으로부터도 살아남았어요.”

영상은 전쟁터에서 태어나고 자란 10세 어린이 왈리드(가명)의 증언으로 시작된다. 왈리드는 온갖 물리적인 위험으로부터 도망치며 살아남았다. 하지만 결국 보이지 않는 굶주림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국제인도주의단체 컨선월드와이드는 전쟁터에서 살아가는 수백만 아동의 기아 문제를 알리기 위해 이 영상을 제작했다.

2021 세계기아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소말리아를 비롯해 올해 기아 위험이 가장 높은 국가 10곳 중 8곳이 분쟁을 겪고 있다. 유엔은 세계 기아 인구 8억2000만 명 중에서 60%가 분쟁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그중에서 4100만 명이 현재 기근 직전의 위협에 놓여 있다.

분쟁으로 인해 심각한 기아가 진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은 아프가니스탄, 부르키나파소, 콩고민주공화국, 남수단, 그리고 예멘이다. ‘먹을 권리’는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지만, 분쟁으로 인해 농경지가 파괴되고 지역 경제가 마비되면서 실향민들은 필요한 식량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총알과 폭탄을 피해 목숨을 건진 분쟁 지역의 실향민들이 식량을 구하지 못해 굶어 죽기 직전의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분쟁 지역의 이 같은 식량 위기는 어린이들에게 더욱 가혹하게 작용한다. 유엔은 전 세계 어린이 5명 중 1명꼴인 약 4억2600만 명이 분쟁 지역에서 살고 있다고 추산한다. 특히 아프가니스탄에선 5세 미만 어린이 2명 중 1명이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준모 컨선월드와이드 한국대표는 “우리가 폭격을 막을 수는 없지만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식량과 필수품을 지원한다면 기아는 막을 수 있다”면서 “분쟁 지역의 아이들이 마지막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최근 컨선월드와이드는 분쟁 지역의 아동을 기아로부터 살리기 위해 ‘굶주림보다 더 잔인한 것은 없습니다(Nothing Kills Like Hunger)’ 캠페인을 시작했다. 캠페인을 통해 모은 기부금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분쟁지역의 극빈 가정에 긴급 식량을 지원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굶주림보다 더 잔인한 것은 없습니다’ 캠페인은 컨선월드와이드 홈페이지나 대표전화로 참여할 수 있다.

권혁일 기자 moragoheya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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