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호소, ‘정신병자’ 취급 말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8일 0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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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2부]

층간소음 줄여달라고 자꾸 이야기하면 아랫집(혹은 옆 집 등) 사람들을 ‘너무 예민한 사람’ 취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정도도 못 참으면 아파트(빌라)에 살지 말고 단독주택에서 살아라”는 거지요.

심지어는 피해자를 정신병자 취급하는 사례도 많고, 층간소음 때문에 멀쩡하던 사람이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다니게 됐다는 민원 사례도 허다합니다.

극한적인 모욕과 정신적인 발작이 겹쳐, 층간소음 피해자가 칼부림을 하고 현관 대문에 인분을 뿌려 폭행 가해자로 변신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실제 있었던 사례와 실전 해법을 찾아봅니다.

#사례:“소음 발생자 윗집과 방관하는 아파트는 살인자” 플래카드

경기도 용인의 아파트 거주자 이점숙씨(50대 여성, 가명)는 외아들이 대학에 가면서 남편과 함께 강원도 횡성의 전원주택에서 평일을 보냈다. 10년 이상 살던 아파트는 주말이나 가족, 지인들 모임 장소로만 사용했다.

어느 날 아파트로 돌아오니 윗집에서 쿵쿵거리는 발망치 소리와 TV소리가 심하게 들렸다. 이제까지 없던 일이라 아파트 관리소에 물어보니 얼마 전에 윗집에 30대 부부가 이사를 왔다는 것이다.

강원도에서 가지고 온 채소도 갖다 주면서 “층간소음이 심하니 조금만 주의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평소 이씨는 층간소음 뉴스를 접할 때마다 ‘예민하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문제를 만드는 것’이라고만 알고 지냈다.

그러나 윗집을 방문하는 날에는 오히려 층간소음이 평소보다 몇 배가 더 심하게 발생했다. 이러한 일이 계속되자 이씨는 용인 아파트에 올 때마다 항의성 방문을 하게 됐다.

윗집은 윗집대로 “아랫집에서 너무 자주 찾아와 항의해 불안하다”면서 관리소에서 민원을 넣었다. 이 소식을 접한 이씨는 더욱 스트레스를 받아 관리소에 정식 중재를 요청했다.

상대방의 의견을 청취한 일주일 뒤 아파트 관리소장이 이씨와 윗집 부부를 관리소로 불렀다. 그리고 “이 정도의 소음을 참아야한다”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그러면서 이씨에게는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면 향후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씨는 너무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들었다. 입주자대표회의에 관리소장 교체를 요구를 했다. 그래도 소음이 줄지 않자 층간소음 민원도 계속 넣었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도 쌍방 의견을 듣고 “공동주택에서 이 정도의 소음은 생활소음이며 아랫집이 너무 예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씨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층간소음 때문에 관리소장 교체하고 결국 아파트 값까지 떨어뜨리는 정신병자 취급을 한다는 걸 알고 거주지를 아예 전원주택으로 옮겼다.

그리고 자신의 베란다 밖에 플래카드 하나를 내걸었다.

“소음발생자인 윗집과 방관하는 아파트는 살인자”

아파트에서는 이 플래카드를 제거하지도 못하고 오랫동안 골칫거리가 됐다.

#사례: 경찰, 복지센터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자” 결론
경기도 고양시 임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영호씨(40대 남성, 가명)는 옆집에서 늘 들리는 벽간소음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 우울감이 몰려올 정도였다.

반 년을 참다가 복지센터에서 관련 상담을 한다는 소식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중재 요청을 했다. A복지사가 자신의 집과 옆 집을 오가면서 중재했지만 전혀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A복지사는 “옆 집에 사는 20대 자폐아가 발작을 하면 벽을 치고 고함을 치는데 가족들이 그 힘을 막을 수가 없어 벽간 소음이 심하게 들리는 것”이라며 주씨에게 이해해 줄 것을 요청했다.

주씨는 그 사정은 알겠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소음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건 아니었다. 주씨는 자신도 힘들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현관문에 꽹과리를 가져다가 옆집에서 소음이 들릴 때마다 꽹과리를 치기 시작했다.

이제는 인근에서 시끄럽다는 민원이 들어오고 적반하장격으로 옆집에서도 시끄럽다고 항의했다. A복지사는 이에 주씨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질책했다.

주씨는 억울한 마음에 “A복지사 당신을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협박 전화를 수시로 해댔다. 이에 놀란 복지센터는 병원, 경찰, 동사무소 등과 논의했고 ‘주씨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니 정신병원에 입원을 시키거나 유치장에 구류시키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살인 폭행 등이 아닌 소음 발생 수준으로 한 사람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후 주씨의 꽹과리 소리와 협박전화의 횟수와 강도가 더욱 심해졌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 해법’

사람 얼굴이 제각각이듯 소음에 대한 민감도도 제각각입니다. 좀 무딘 사람이 있는 반면 대단히 예민한 사람도 있습니다. 특히 층간소음은 이른바 ‘귀트임’이란 효과에 의해 일반 소음보다 훨씬 민감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게 현실입니다.

이 점을 충분히 숙지하고 아랫집이든 옆집이든 윗집이든 피해 호소를 해오면 절대 이상한 사람 취급하지 마시고 먼저 정중하게 사과부터 하는 것이 해결의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 다음에 소음원, 피해 시간, 피해 정도를 듣고 개선할 노력할 시간적 여유를 요청해야 합니다. 물론 실제 개선 노력의 모습을 보여야겠지요.

하지만 살다보면 실제로 너무 예민한 사람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경우에는 정식으로 정부 중재기관(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 지자체 민원센터 등)에 중재를 요청하고, 한편으로는 전문가와 상담을 지속적으로 하시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 경우 중재요청을 했다는 사실을 관리소를 통해 피해자 집에도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재요청만으로도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재신청이 항의가 아닌 개선하려는 노력의 모습으로 받아들여 질 수도 있고 그러면 층간소음 해결할 수 있는 작은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층간소음 피해가 1년 이상 넘어가는 경우에 피해자들을 종종 정신병자로 취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층간소음의 해결은 6개월이 골든타임’이란 말을 자주 합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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