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의 난’ 안보·일자리도 위협…나비효과 어디까지?

  • 뉴시스
  • 입력 2021년 11월 14일 0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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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수급 통제로 차량용 요소·요소수 품귀 사태가 한 고비를 넘긴 가운데 요소수 부족으로 초래될 수 있는 사회·경제적 변화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화물운송 원가 상승과 물류대란에 이어 긴급차량 운행 정지 등이 예상된다. 요소수가 필요 없는 경유차를 비롯해 휘발유차와 액화천연가스(LPG)차, 항공기 등 다른 교통수단도 연쇄적으로 멈춘다. 농업, 제조업 등 모든 산업 분야가 마비된다.

14일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 10월 요소·요소수 수출을 사실상 제한하면서 국내 요소 수급이 불안정해졌다.

수급 불안정으로 질소산화물 환원촉매장치(SCR)가 달린 유로6 경유차는 운행 중단 우려가 커졌다. 요소수가 없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한 제어로직 때문이다. 10ℓ당 1만원선이었던 요소수 가격은 10배 이상 폭등하고, 주유소마다 요소수를 찾는 차량이 줄지어 서 있는 등 문제가 심화했다.

요소수 부족으로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건 물류 부문이다. 국내 경유 화물차 중 60%인 200만여대는 요소수가 필요한 유로6 경유차다. 이 화물차들이 멈추게 되면 원자재, 제조품 등 물류 이동이 마비된다.

원자재와 제조품 이동이 막히면 공장은 중단 위기에 처한다. 해외에서 들여온 원자재를 제조공장에 옮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공장에서 만들어낸 제품을 다른 지역으로 운반할 수 없다. 이는 제조업뿐만 아니라 건설업, 무역업 등 모든 산업 부문을 넘어 전 세계로 확대될 수 있는 문제다.

유로6가 적용된 소방·경찰·구급 등 긴급차량, 군용차도 멈춘다. 청소차가 멈추면서 쓰레기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농·건설 기계 등도 요소수 부족으로 운행을 멈추게 된다. SCR을 부착한 일부 LPG 버스도 운행이 힘들다.

요소수 부족은 경유차뿐만 아니라 휘발유·LPG 등을 이용하는 다른 차종에도 영향을 미친다. 휘발유와 LPG를 옮기는 탱크로리 경유차가 멈추면서 연료 운송이 힘들어진다. 항공기 급유도 탱크로리 경유차가 담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모든 교통수단이 타격을 입게 되는 셈이다.

탱크로리 운행 중단으로 다른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산업, 시설, 가정도 영향을 받는다. LPG, 등유 등을 개별적으로 이용하는 지역에선 취사와 난방을 못 하게 되면서 장작으로 불을 피워야 하는 사태에 이를 수도 있다.

요소수 품귀가 장기화하면 대다수 화물차주가 실직하고, 화물운송 원가가 올라간다. 대부분의 유로6 차량이 멈추는 가운데 요소수가 필요 없는 화물차주나 요소수를 비싸게 산 차주가 화물을 실어 나르면서 운임이 올라가게 된다.

이때 화주업체가 운임 증가분을 부담하면 제품 생산과 운송에 필요한 비용이 오르면서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만약 정부가 요소수 구입비 지원 등을 나선다면 재정 부담이 늘어나고, 세금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화물차주들을 비롯해 요소수 부족으로 직·간접적 피해를 본 대다수가 일자리를 잃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 있다. 대량 실직 사태로 국가 경제가 무너지는 건 자명하다.

정부는 뒤늦게 국내 요소·요소수 물량 확인과 매점매석 금지, 수입선 다변화에 나섰다. 지난 12일까지 정부와 민간에서 확보한 차량용 요소수 물량은 총 8300만ℓ로, 약 5개월분에 해당한다. 추후 확보하는 물량은 이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11일에는 ‘긴급수급조정조치’를 통해 요소수 판매처를 주유소로 일원화하고 승용차 1대당 판매량을 10ℓ(화물·승합차 등 30ℓ)로 제한했다. 정부는 수입가격이 오르더라도 1ℓ당 1200원 수준을 최대한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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