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붙잡고 사정” 욕 먹으며 만류…보이스피싱 막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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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10일 10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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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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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은행을 방문했다가 보이스피싱에 넘어갈 뻔한 60대 남성을 구한 사연이 화제다.

9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조금 전에 보이스피싱 아르바이트를 잡았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날 은행을 방문한 글쓴이 A 씨는 “마감 시간에 60대쯤 보이는 아저씨가 문을 세게 열면서 다급하게 들어왔다. 번호표도 안 뽑고 직원에게 달려가 돈을 빨리 찾아달라고 하더라”라고 운을 뗐다.

A 씨에 따르면 은행 직원은 60대 남성에게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남성은 “정말 급하다. 빨리해 달라”고 재촉했다.

직원은 “(돈을) 얼마 찾을 거냐”라고 물었고 남성은 “다 찾아 달라”고 했다.

직원이 “혹시 누가 돈을 찾아오라고 전화했냐? 진짜 괜찮은 거 맞냐? 혹시 도움이 필요하냐?”라고 물었지만 남성은 재차 “(도움이) 필요 없다”며 출금을 요구했다고 한다.

의심을 지울 수 없었던 A 씨는 경찰에 신고한 뒤 남성에게 “보이스피싱을 당한 것 같으니 경찰이 올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성은 계속 “그런 거 아니다”라며 돈만 갖고 밖으로 나가길 원했다. A 씨는 남성의 팔을 붙잡고 “조금만 있다가 가 달라. 경찰이 오고 있다”라고 사정했으나 남성은 욕을 했다고 한다.

실랑이를 벌이던 중 경찰이 도착했고 남성은 사실대로 실토했다. 통장이 범죄에 이용당했으니 은행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사람에게 돈을 넘기라는 검찰의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당시 은행 근처에서 기다리던 사람은 보이스피싱 쪽에 돈을 전달하는 퀵 아르바이트였다.

다행히 돈은 넘기지 않은 상태여서 다시 통장으로 입금했다.

A 씨는 “20분 남짓한 시간에 1400만 원 정도 당할 뻔한 걸 막아줬다”며 “피해자가 연신 고맙다고 했다”라고 밝혔다.

누리꾼들은 “한 집안을 살렸다”, “정말 다행이다. 침착하게 대처를 잘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범죄건수는 3만 1681건, 피해액은 7000억 원으로 하루 평균 87명이 19억 2000만 원 상당의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종표 한국인터넷진흥원 전화사기예방팀 팀장은 “현재 보이스피싱을 100% 예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스팸차단 서비스나 보이스피싱 방지 앱 등을 이용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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