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첫 날, 실내체육시설-요양병원 등 ‘방역패스’ 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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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매일 이렇게 영업했었는데, 오늘은 참 설레네요.”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호프집에서 만난 업주 강모 씨(38)는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손님이 비교적 많지 않은 월요일이지만 1년 만에 심야 영업을 준비하기 위해 일찌감치 가게 문을 열었다. 강 씨는 “오전에 단골손님들이 축하 전화를 걸어 왔다”며 “일단 새벽 3시까지 운영하면서 예전의 일상으로 조금씩 돌아가 보려한다”며 웃었다.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1단계가 시작된 첫날인 1일, 24시간 영업이 가능해진 식당과 카페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모처럼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서울 종로구 일대 식당가에서는 오전에 일찍 출근한 상인들이 테이블을 힘껏 닦으며 장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한 24시간 해장국집은 대낮인 오후 1시에도 ‘24시간’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간판 옆에 조명을 환하게 밝혀두고 있었다.

서울 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54)는 이번 주 식자재 발주량을 지난주보다 40%가량 늘렸다. 김 씨는 “회식을 하러오는 단체 손님들이 많아질 것 같아 반찬류도 평소보다 넉넉하게 준비했다. 기대가 크다”고 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구인난을 호소했다. 심야에도 가게 문을 열수 있게 되자 밤늦게까지 일할 아르바이트생을 찾으려는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탓이다. 서울 강남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45)는 “정부의 위드 코로나 발표를 앞두고 지난달 한 아르바이트 구인 포털에 150만 원을 내고 유료 구인 공고를 올렸는데도 지원자가 0명”이라며 “시급이 1만1000원이어서 낮은 편도 아닌데, 이렇게 사람 구하기가 힘든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에도 사람들이 붐볐다. 실내체육시설은 접종 완료자와 48시간 이내 PCR 음성 확인자 등만 제한적으로 출입이 가능한 ‘방역 패스’ 대상 시설이다. 서울 중구의 헬스장 점장인 김정훈 씨(27)는 “오늘 오전 5시부터 7시간동안 회원들이 120명 정도 찾아 왔다. 예전에는 70명 정도였는데 거의 두 배가 됐다”며 웃었다.

‘방역 패스’ 대상 시설 중에서는 1, 2주의 계도기간에는 방역 패스 기준을 어겨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직장인 박모 씨(30)는 예전에 다녔던 헬스장에서 ‘2주간 계도기간이니 미접종자도 편하게 오시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박 씨는 “위드 코로나 정책도 시행 초기가 고비일텐데 계도 기간에 감염이 확산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코인노래방에서 일하는 직원 김모 씨(32)도 “아직은 계도 기간이라 손님들에게 ‘방역 패스’가 있는 지를 엄격히 체크하지는 않는다. 그냥 하던 대로 QR코드를 찍고 들어가시면 된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 1단계 시행에 따라 접종 완료자와 48시간 이내 PCR 음성 확인자에 한해 요양병원 내 대면 면회가 허용됐지만 요양병원들은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최근 경기 부천과 양평의 요양병원 집단감염, 경남 창원과 거제의 요양병원 돌파감염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 요양병원 원장은 “이번 달에 환자들과 병원 종사자들의 부스터샷 접종이 예정돼 있어 그때까지는 대면 면회를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1일부터 대면 면회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던 가족들은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관련 온라인 카페 등에는 “어머니가 3일 전 입원했는데 접종 완료자라도 면회가 금지됐다고 한다. 얼굴을 볼 수 없어 너무 슬프다”는 등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신호영 인턴기자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졸업예정
최호진 인턴기자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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