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에 새 삶 선물하고 별이 된 소년… 힘든 세상에 빛 남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8일 21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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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2021년 10월 21일 눈이 예쁜 한 소년이 하늘의 별이 됐다. 마지막 가는 길, 소년은 다섯 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이학준 군(17)이 21일 경기 성남시 분당차병원에서 심장, 폐, 간, 좌우 신장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28일 밝혔다.

이 군에게 병마가 닥친 건 4살 때 일이다. 건강한 아기였던 이 군은 열성경련 이후 뇌병변을 앓게 됐고, 학교에 입학하지 못한 채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야 했다. 또래 친구들처럼 마음껏 뛰어놀지는 못했지만, 이 군은 엄마가 해 주는 밥이라면 무조건 맛있게 잘 먹던 아이였다.

20일 이 군은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으로 쓰러졌다. 고등학생인 한 살 터울 동생이 119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학교에서 배운 심폐소생술을 했다. 병을 앓게 된 이후 찾아온 몇 차례의 고비를 씩씩하게 넘겨 왔던 이 군이었다. 동생은 어떻게든 형에게 다시 숨을 불어넣고자 했다. 그렇게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모니터에 나타난 이 군의 뇌파는 하염없이 평행선을 그렸다. 뇌사였다.

이튿날 이 군의 부모님은 가족회의를 거쳐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이 군의 어머니는 “학준이가 어려서부터 많이 아팠기 때문에 무엇보다 아픈 가족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아픈 환우에게 학준이의 일부가 가서 다시 살아난다면 우리 가족에겐 더할 나위 없는 큰 위로가 될 것 같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어머니가 이 군에게 전한 마지막 말은 “엄마 아들로 태어난 학준아! 정말 고마워. 이제는 눈물도 없고, 슬픔도 없고, 아픔도 없는 하늘나라에서 건강하길 바랄게”였다.

이 군의 가족은 “학준이의 장기를 받으신 분들이 그저 건강하게 잘 사시기를 언제나 기도하겠다”고 전했다. 이 군을 담당한 장기기증 코디네이터는 “의연하게 대처하는 부모님을 보며 평소 아들에게 얼마나 사랑을 주셨는지 느낄 수 있었다. 힘든 세상에 빛을 남긴 학준 군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슬픔 속에서도 타인을 배려하는 숭고한 이타정신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존경해야 할 문화다. 부모님께 경의를 표한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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