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다른 노조원 채용땐 불 지르겠다’ 민노총 간부들에 유죄 선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4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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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단결권도 시민의 지지가 있어야 합니다. (노조의 업무방해 행위가) 시민들로부터 어떤 시선을 받을지 반추해 봤으면 합니다.”

광주지법 형사9단독 김두희 판사는 21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건설노조 지부 A 씨(53) 등 간부 4명과 B 씨(45) 등 노조원 2명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판사는 A 씨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는 등 간부 3명에 대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나머지 피고인들에게는 벌금 400만~70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 등은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광주‧전남지역 아파트, 오피스텔 신축현장 7곳에서 민노총 조합원이 아닌 타 노조 조합원이나 비노조원을 채용될 경우 건설사나 장비대여업체를 상대로 민노총 조합원 채용을 요구하며 업무를 방해하고 공동으로 강요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요구사항 관철을 위해 사무실을 점거하거나 휘발유를 들고 와 “불을 지르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조합원들을 대거 동원해 공사현장 출입구를 봉쇄하거나 타워크레인 등 필수 장비의 전력을 차단한 뒤 점거했다. 건설사 본사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어 “공사현장의 법규위반 사진들을 촬영해 공사를 방해 하겠다”며 협박하기도 했다.

광주의 한 공사 현장에서는 채용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관할 소방서에 민원을 제기해 현장점검을 받게 한 뒤 담당 소장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는 한번 하면 현장이 끝날 때 까지 악랄하게 한다”며 위협했다. 결국 공사현장 7곳 중 5곳에서 이미 채용했던 기사를 내보내고 민노총 조합원을 채용해야 했다.

A 씨 등은 해당 업체들 측에 단체협약을 이행하라고 촉구한 것일 뿐 협박, 강요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장비임대업체 등과 맺은 단체협약은 다른 노조 기사를 채용할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성별, 연령 등으로 채용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균등한 취업기회 제한은 노동법에 규정하는 부당행위”라며 “설사 노조원들을 위한 조치였다고 하더라도 고용시장 공정 경쟁 질서를 위협하는 불법행위”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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