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상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빙상인 A 씨는 14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과의 인터뷰에서 “심석희의 도청 의혹이 그렇게 새롭지 않다”며 “(올림픽) 당시 선수들과 코치 사이에 믿음이 크지 않았다. 심석희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녹취를 한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진행자가 ‘근거가 있냐’고 묻자 A 씨는 “제가 직접 목격도 했고 듣기도 했다”며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긴 어렵지만 선수들 간, 지도자들 간 믿음이 별로 없었다. 조재범 코치와 다른 선수들끼리의 단톡방도 있었다. 믿음이 없으니 선수들 사이에서 계속 녹취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했다.

A 씨는 국가대표들끼리 서로 도청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파벌’ 문제를 꼽았다. 그는 “지금은 없어졌지만 당시만 해도 소위 ‘한체대(한국체육대) 라인’의 힘이 굉장히 강했을 때”라며 “한체대 라인과 비(非)한체대 라인 간 사이가 좋지 않아 본인들이 피해를 받을까 봐 몰래 녹음한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코치와 선수 간 단체 대화방이 있다는 걸 선수들이 모를 리는 없다”며 “그러다 보니까 단체방에 속하지 않은 선수들은 괜히 내가 경기나 훈련에서 피해를 보고 안 좋게 공격을 당할까 봐 녹취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A 씨는 심석희 선수가 최민정 선수와 일부러 충돌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심석희 선수와 C 코치가 최민정을 두고 ‘브래드버리 만들자’고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에 대해 A 씨는 “그런 문자가 나왔기 때문에 고의 충돌 의심이 가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쇼트트랙 종목 특성상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짧은 순간에 여러 가지 판단을 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 그런 상황에서 고의 충돌까지 생각하기는 힘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끝으로 A 씨는 “우선 (심석희) 선수도 고의 충돌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대화를 한 지도자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도자는 심석희 선수만의 개인 코치가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한 팀을 이끌고 올림픽 무대에 섰는데 같은 팀 선수와 지도자를 비방하는 데 동조한다는 것 자체가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