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 대구 편입’ 갈피 못 잡는 경북도의회… 신공항 건설 좌초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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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할구역 변경안 찬-반 모두 부결
군위군 “도의회 결정에 강한 유감… 편입 차질 땐 사업 원점서 재검토”
경북도, 행안부-정치권 설득 계획

7일 경북 안동시 풍천면 경북도의회 앞에서 박창석 도의원이 군위의 대구 편입에 대한 찬반 의견을 내지 않은 도의회를 규탄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박창석 경북도의원 제공
7일 경북 안동시 풍천면 경북도의회 앞에서 박창석 도의원이 군위의 대구 편입에 대한 찬반 의견을 내지 않은 도의회를 규탄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박창석 경북도의원 제공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사업에 차질이 생기면 도의회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박창석 경북도의원(군위군)이 8일 경북 안동시 풍천면 도의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도의회가 군위의 대구 편입에 대해 ‘의견 없음’ 결과를 낸 것을 규탄했다.

도의회 관계자는 “2016년 황병직 도의원(영주시)이 집행부의 결정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였으나 도의원이 도의회의 결정을 지적하는 시위를 벌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박 도의원은 “도의회가 후속 조치를 내지 않으면 추석 연휴 전인 17일까지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북도의회가 핵심 조건인 군위의 대구 편입 안건에 대해 명확한 의견 표명을 하지 않으면서 안팎으로 후폭풍이 거세다.

도의회는 2일 제325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경북도 관할구역 변경안(군위의 대구 편입)을 상정했다. 찬성(채택)과 반대(불채택) 여부를 동시에 묻는 방식으로 무기명으로 투표했다. 도의원 57명이 투표한 결과 편입 찬성은 채택 28표, 불채택 29표로 나와 부결됐다. 이어 편입 반대도 채택 24표, 불채택 33표가 나와 찬반이 모두 부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지난해 7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지를 결정하기 위해 군위의 대구 편입을 약속하고 행정 절차를 밟았다. 시의회는 최근 편입 안건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날 도의회의 결정으로 통합신공항 사업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김영만 군위군수는 “지난해 도의원 53명이 군위의 대구 편입이 포함된 공동 합의문에 직접 서명했는데도 원활히 처리하지 않은 것에 강한 유감을 밝힌다. 12월 31일까지 편입을 마무리 짓지 않으면 통합신공항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간공항 터미널과 공항 진입로, 군 영외관사, 공항신도시, 대구경북 공무원연수원, 군위 관통도로 등의 인센티브 사업들이 줄줄이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통합신공항의 원활한 사업 진행을 외면한 도의회의 행태를 지적하는 여론은 커지고 있다. 김정현 씨(36·대구 남구)는 “통합신공항을 통해 큰 도약을 꿈꾸는 경북도민의 기대와 대구 군공항 부지 개발을 기다리는 대구시민의 바람을 동시에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도의원 사이에서는 “지역이기주의와 대의적 차원의 희생을 동시해 고민하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반응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도내 시군 가운데 1개 군을 대구에 넘기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 있었다. 동시에 통합신공항 사업 무산까지 걱정하다 보니 뜻하지 않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도의회는 이번 주에 의견서를 경북도에 송달한다. 도는 추석 연휴 전까지 행정안전부에 관할구역 변경 건의서 및 기본계획서, 도의회 의견서, 군위군 건의서, 군위군의회 의견서 등을 제출할 예정이다.

행안부는 대구시가 7월 제출한 건의서와 함께 종합 검토에 들어간다. 도는 행안부를 설득해 군위의 대구 편입 문제에 대한 정부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 입법이 힘들면 지역 국회의원들을 설득해 의원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비판에 직면한 도의회가 다시 의견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있지만 사실상 힘든 분위기다. 고우현 경북도의회 의장은 “집행부에서 다시 한번 의견을 물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지 않았다. 재발의를 할 것인지 동료 의원들에게 묻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군위 대구 편입#경북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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