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못 죽인게 한” 17세 소년범은 어떻게 괴물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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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9월 1일 10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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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성범죄 전과자 강모씨(56)가 31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1.8.31/뉴스1 © News1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성범죄 전과자 강모씨(56)가 31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1.8.31/뉴스1 © News1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기 전후 여성 2명을 살해한 성범죄 전과자 강모씨(56·남)의 첫 범행은 불과 만 17세 때였다.

당시 특수절도로 징역형을 받고 출소 후에도 7회 더 실형 복역 전력이 있고, 강도상해·성범죄 등 범행의 대담함을 키웠다. 총 23년의 실형, 보호감호 4년을 합하면 수용 기간만 27년에 달한다.

◇1996년 첫번째 성범죄…가출소 5개월만에 두번째 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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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의 실형 전력을 포함해 총 14회의 처벌 전력이 있는 강씨의 첫번째 성범죄는 1996년 10월에 발생했다. 길을 가던 30대 여성을 인적이 드문 곳으로 끌고 가 수차례 폭행 후 금품을 강취하고 강간한 사건이다.

이 범행으로 1997년 7월, 징역 5년 및 보호감호 처분을 받은 강씨는 2001년 11월8일 형 집행을 마쳤고, 보호감호처분을 집행 중 2005년 4월22일 가출소했다.

두번째 성범죄로 이어지기까지는 5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2005년 9월19일 오전 3시30분쯤 한 놀이터에 주차돼 있던 20대 여성의 자동차 안에서 흉기로 협박하고 신용카드를 강취한 뒤 강제추행까지 한 것이다.

강씨의 범행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2005년 8~9월 사이 약 40일 동안 30명이 넘는 피해자를 상대로 강도, 절도를 저질렀다.

결국 지난 2005년 11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강도·절도),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강도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강씨에게 서울서부지법은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강씨는 항소심에서 강간 관련 공소사실이 강제추행으로 변경됐으나 징역 15년을 받았고, 상고까지 했으나 기각되며 형이 확정됐다.

대표적으로 공범 3명과 공모·합동한 강씨는 지난 2005년 8월15일 오후 9시30분쯤 용산구 한 빌라 주차장에서 차에서 내린 피해 여성을 강제로 승합차에 태운 뒤 “움직이거나 반항하면 가만 놔두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납치해 폭행 후 신용카드와 현금을 강취했다.

8월27일 오전 9시30분쯤에는 한 피부관리업소의 여성 사장을 흉기로 위협하며 현금·금품을 빼앗기도 했다. 강씨 혼자서 범행에 나서기도 했다. 9월8일 오후 11시49분쯤 마포구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귀가하던 피해자에게 접근해 현금과 핸드백을 절취했다.

◇가출소 후 ‘외출 제한’ 2번 위반…피해자 살해 후 이탈 경보

올해 5월 출소한 강씨에게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결정할 당시 사건을 담당한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3부는 한국 성범죄자 위험성 평가척도(K-SORAS)에서 강씨의 위험성을 ‘높음’ 수준으로 분류했다. 정신병질자 선별도구(PCL-R) 평가에서는‘중간’ 수치의 정신병질 성향을 지닌 것으로 판단됐다.

이에 강씨는 5월6일 천안교도소에서 가출소하며 전자장치 부착명령 5년 및 오후 11시~오전 4시 외출제한 처분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강씨는 6월1일, 8월27일 두번에 걸쳐 이 처분을 위반했다.

특히 8월27일 경보가 울릴 당시에는 강씨의 자택 안에서 여성의 시신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각이다. 당시 0시14분쯤 외출 제한 처분 위반 경보가 울려 서울동부보호관찰소 범죄예방팀 직원은 출동했으나 현장에 도착하기도 전인 0시34분쯤 외출제한 위반이 종료됐다. 강씨가 자택으로 귀가한 것이다.

강씨는 보호관찰소의 전화에 “약을 사러 편의점에 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인근 편의점 등에 따르면 해당 시각 강씨가 편의점에 방문한 사실은 없었다. 직원들은 이 위반 사실에 대해 소환·조사할 예정임을 고지만 하고 돌아갔다.

경찰 조사에서 강씨는 첫번째 피해자 A씨를 살해한 시점이 26일 오후 9시30분~10시 사이라고 진술했다. 진술대로라면 직원들이 출동했을 당시 강씨의 자택 안에는 시신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위험 징후’를 포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27일 오후 5시31분쯤 강씨는 전자발찌를 훼손해 도주했다. 경찰 조사에서 강씨는 이미 26일 오후 3시57분쯤 송파구 한 철물점에서 훼손을 위한 절단기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는 27일 오후 8시26분 경찰에 검거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는 동시에 강씨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이동경로를 확인해 오후 11시쯤 자동차 렌트 사실을 확인해 차적조회를 실시했다.

오후 11시50분쯤에는 서울동부지검 당직실을 찾아 체포영장을 신청하려고 했으나, “접수하더라도 익일 오전에 청구 여부가 결정되므로 신청서를 두고 가거나 익일 오전 다시 접수할 것”을 안내받았다. 이에 28일 오전 9시쯤에야 다시 영장을 신청했고, 오후 2시에야 발부됐다.

동시에 해당 렌터카 업체가 영업을 시작하는 28일 오전 9시쯤 실시간 차량 GPS조회를 통해 강씨의 렌트 차량 소재지를 확인했으나,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오전 9시18분쯤 강씨가 서울역 인근에 차를 버리고 도주한 후였기 때문이다.

◇‘금전 문제’로 갈등 두번째 살인…“자기 통제력 없어”

강씨는 29일 오전 3시쯤 두번째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경찰에 진술했다. 5시간 뒤인 오전 8시쯤 두번째 피해자의 차량을 끌고 송파경찰서에 직접 찾아 자수하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신 2구 모두 훼손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이 입고 있었던 옷도 훼손된 흔적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금전 문제로 피해자와 다툼을 벌여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번째 피해자 B씨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2000만원을 빌린 강씨가 빚을 갚으라는 말에 A씨를 만나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살해했고, B씨마저 살해했다고 알려졌다.

또 강씨는 A씨의 신용카드로 휴대전화 4대를 596만원에 구입해 되팔아 현금을 마련해 B씨에게 돈을 갚으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범죄 이력을 보면 강씨는 권력지향적 범죄자 유형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자신이 추구하던 목표가 실패로 끝나니까 극단적 좌절감과 분노가 표출된 것”이라며 “강씨는 자기 통제력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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