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 죄 안 짓겠다” 참회글 남긴 후…전자발찌 끊고 살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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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8월 31일 1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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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살해한 뒤 27일 오후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성범죄 전과자 강모 씨가 28일 오전 서울역 인근에 모습을 드러냈다. 강 씨는 서울역까지 타고 왔던 렌터카를 버렸고, 휴대전화를 시내버스에 놓고 내리는 수법으로 경찰의 위치 추적을 피했다. 채널A 제공
여성을 살해한 뒤 27일 오후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성범죄 전과자 강모 씨가 28일 오전 서울역 인근에 모습을 드러냈다. 강 씨는 서울역까지 타고 왔던 렌터카를 버렸고, 휴대전화를 시내버스에 놓고 내리는 수법으로 경찰의 위치 추적을 피했다. 채널A 제공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끊기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50대 남성이 과거 교정 홍보물에 ‘다시는 죄를 짓지 말자는 다짐을 하루에도 수없이 할 만큼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기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과 14범인 강모 씨(56)는 지난 2017년 전국 교정기관에 배포되는 교정 홍보물 ‘새길’에 ‘용서를 구할 수 없어 용서를 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고 31일 조선일보가 전했다.

당시 강 씨는 2005년 강도와 절도,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그는 글에서 “어느덧 죗값을 치른 지 12년이 다 돼 간다. 저는 그동안 너무 많은 날 깨닫고 느끼며 다시는 죄를 짓지 말자는 다짐을 하루에도 수없이 할 만큼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다”며 “저의 이런 아픔을 피해자분과 비교한다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전과자로 범죄만 하고 지내온 쓰레기와 평생 선하고 평범하게 살아오신 피해자분이 감내해야 할 부분은 감히 비교 대상조차도 될 수 없을 것”이라며 “피해자분의 공포 트라우마가 얼마나 컸으면 가족들과 생활 터전을 뒤로한 채 떠나셨을까 생각하면 제가 살아있는 목숨이 더 죄스럽고 용서를 구할 길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죄의 뉘우침을 의미하는 ‘회부금’을 내온 사실을 언급하며 “피해자의 피해 복구를 위한 노력은 가해자로서 너무나 당연한 책무”라고 말했다.

4년 뒤인 올해 5월 강 씨는 법원에서 ‘5년간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은 상태로 출소했다. 강 씨의 처절한 반성은 3개월 만에 수포가 되고 말았다.

강 씨는 지난 27일 알고 지내던 4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났다. 법무부와 경찰은 강 씨가 전자발찌를 훼손한 직후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강 씨 뒤를 쫓았으나 잡지 못했다.

당시 강 씨 집에는 피해자의 시신이 있었다. 경찰과 보호관찰소 직원은 강 씨 자택을 방문했지만, 집 내부를 수색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으로 미뤄 볼 때 강 씨가 집 안에 있다는 정황이 없어 집 내부를 수색하지 않았다. 수색영장이 없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갈 법적 근거가 없었다. 살인 범행 사실을 알았다면 긴급히 영장을 받았겠지만 몰랐기 때문에 그런 판단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사망을 따돌린 강 씨는 지인 50대 여성에게 “돈을 갚겠다”고 연락해 자신의 차량에서 추가로 살해했다. 경찰과 법무부가 헤매는 사이 한 명의 피해자가 더 발생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전자발찌 착용자 관리·감독 임무를 맡은 보호관찰소와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대상자를 쫓아 검거해야 하는 경찰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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