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불난 13층에 사람” 듣고도 14층부터 수색… 부실 구조 논란

박종민 기자 , 유채연 기자 입력 2021-08-25 03:00수정 2021-08-25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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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 4명 숨진 미아동 아파트 화재
추가지시 받고 10분뒤에야 13층 진입
전문가 “불난 곳 우선 수색이 일반적”
소방 “다른 층에도 신고 빗발쳐 혼선”
15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북구 미아동 아파트의 한 세대에 비닐이 덧씌워져 있다. 뉴스1
15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아파트 화재로 어린이 2명 등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사고가 났을 당시 소방관들이 1302호에 구조 대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한 층 위에서 우왕좌왕하느라 골든타임을 놓치는 등 대응이 미흡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2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소방관들만 이용하는 내부 익명 게시판에 해당 화재 현장 영상을 본 소방관들의 비판이 연이어 올라왔다. 소방관들은 “구조대가 1302호에 사람이 있다는 무전을 듣고도 화점층(불이 난 장소)으로 먼저 안 가고 상층부로 올라갔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실이 강북소방서로부터 제출받은 ‘현장대응 운영일지’를 보면 소방은 오후 1시 43분 화재 신고를 접수해 1시 47분경 “불이 난 1302호에 요구조자가 있다”는 무전을 전파했다. 하지만 1시 50분경 현장에 진입한 선착 구조대는 1302호로 가지 않고 14층으로 올라가 수색을 시작했다. 1분 뒤 12층에서 내린 후착 구조대도 14층으로 올라갔다. 그 사이 지휘팀장은 구조대에 세 차례에 걸쳐 13층에 진입했는지 확인하면서 인명 수색을 하라고 지시했지만 신속히 이행하지 않았다.

후착 구조대는 14층에 선착대가 이미 와 있는 것을 확인한 뒤 1시 56분에야 “13층 인명검색을 실시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들이 1302호에 진입한 시간은 그로부터 5분이 더 지난 오후 2시 1분이었다. 처음부터 1302호로 바로 갔다면 이보다 최소 10분 먼저 도착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오후 2시 7분경 1302호 베란다에서 8세 여아와 할머니가, 오후 2시 24분경 안방 화장실 부근에서 5세 남아와 아이의 어머니가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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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이 화재 현장 매뉴얼로 삼고 있는 ‘표준작전절차(SOP)’에 따르면 요구조자가 시야에 보이지 않을 때 좀 더 치명적인 위험이 예상되는 지점을 먼저 탐색해야 한다. 당시 13층에서 시작된 화재는 14층까지 번지지 않았고 규모도 크지 않았다. 1302호 현관 근처에서 불이 시작돼 내부에 있던 피해자들은 스스로 탈출하기 힘든 상태였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위험도를 따지면 발화층이 가장 위험하다. 발화층에 요구조자가 있었다면 먼저 수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소방은 “13층뿐 아니라 14층 등 상층부에서도 각종 신고가 빗발치며 지휘 혼선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현장 대응을 평가한 소방 내부 문서에는 △다른 층에서 접수된 인명구조 신고에 집중하며 ‘화점층 인명구조 최우선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으며 △추가 요구조자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공격적인 인명 검색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등의 지적이 담겼다.

소방 내부망에 공개된 현장 영상에는 오후 1시 53분경 도착한 진압팀장이 “그냥 수관(소방호스)만 가져와. 모양만 취하게”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담겨 비판을 받았다. 소방 관계자는 “해당 팀장이 자신의 발언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크게 반성하고 있다. 후착대 팀장으로서 임무 수행에 소홀한 점은 없었다”고 밝혔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24일 각 소방서에 ‘화재현장 인명탐색 절차 준수 철저 지시’ 공문을 하달해 발화층을 중심으로 한 인명탐색 등을 강조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미아동 아파트 화재#부실 구조 논란#소방관 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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