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계 폐장인데…서핑 천국된 송정해수욕장, 200여명 ‘북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2일 15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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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따른 해수욕장 일시폐장 조치 이틀째인 11일 오후 부산 송정해수욕장에서 서퍼들이 파도를 타고 있다. 부산=김화영기자 run@donga.com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따른 해수욕장 일시폐장 조치 이틀째인 11일 오후 부산 송정해수욕장에서 서퍼들이 파도를 타고 있다. 부산=김화영기자 run@donga.com
1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 아슬아슬하게 보드 위에 오른 서퍼들이 파도를 타고 백사장 쪽으로 미끄러져 이동하다 물속으로 풍덩 곤두박질쳤다. 금세 일어난 이들은 연방 웃음을 터트리거나 엄지를 치켜세워 보였다. 뜨거운 모래사장 위에서는 입수해 보드에 오르는 법 같은 실전 연습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수심이 완만하고 파도와 바람이 적당해 국내 ‘서핑 일번지’로 자리매김한 이 해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완전히 잊은 듯했다. 200명이 훌쩍 넘어 보이는 서퍼가 행복한 한때를 보냈다.

전날인 10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돌입한 부산 7개 해수욕장에 22일까지 ‘일시 폐장’ 조치가 내려진 상황에서 이를 의아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 이 같은 ‘바다 입수’가 위법이 아닌 터라 방역 지침상 통제 방법이 없는 가운데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로 서퍼들은 더 신이 난 모습이었다.

예년보다 서핑구역이 훨씬 넓어진 까닭이다. 여태껏 구덕포와 죽도공원을 잇는 1.2㎞ 해변 중 구덕포 쪽 120m 구간에서만 서핑이 가능했다. 전체 공간 중 10%만 쓸 수 있어 서퍼들은 ‘가두리 양식장’이라고 핀잔하기도 했다. 바로 옆 160m의 육군 군 휴양소 공간을 더 쓸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탓에 육군이 휴양소를 운영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해변을 등지고 맨 오른쪽 160m가 군 휴양소이며 그 옆으로 △안전구역 20m △레저(서핑)구역 120m △안전구역 20m △나머지 880m가 일반 물놀이객 수영 구간(파라솔 구역)으로 이어진다. 김성철 해운대구 해수욕장운영팀장은 “지난해에 비해 서퍼들이 배 이상 넓은 공간을 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시폐장’ 조치로 튜브를 이용하는 가족과 연인 단위 물놀이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서퍼들은 파라솔 구역 등의 공간까지 더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일시폐장 조치 첫째 날인 10일 하루 송정해수욕장을 찾은 방문객 수는 2만 6600명이었으며, 이날은 2만 5100명이었다.

‘일시폐장’ 조치가 시행 중이니 ‘해수욕장 운영을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여기는 이들이 대다수다. 하지만 폐장이 입수 자체를 금지하는 조처가 아니라는 게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부산시 해양레저관광과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개장’의 뜻은 해수욕장에 파라솔과 튜브, 샤워시설 등 편의시설을 배치하는 것이다. 이에 ‘폐장’은 이 편의시설 철수를 의미하며 개인적인 물놀이를 막을 근거가 지자체에는 없다”고 설명했다. 개인적으로 물놀이 기구를 가져와 부산 7개 해수욕장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얼마든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바다에 입수한 상태서 물리적인 거리두기가 불가능하며, 마스크를 벗는 것도 저지할 수 없다고도 설명했다. 김 팀장은 “마스크를 끼고 서핑을 하다 떨어져 입수하게 될 경우 더 위험할 수 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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