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부 활성화하는 기부금품법 개정 절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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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기부금품법은 오랜 기간 동안 △법 적용에 형평성이 부족하고 △적용하기 어려운 애매모호한 조항이 많고 △기술발전과 민간 활동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위반 시 과도하게 형사처벌을 한다는 지적을 계속 받아왔다. 이렇듯 법이 현장에서 너무 멀기 때문에 많은 민간 공익법인·단체는 기부금품법에 따른 모집등록절차에 의한 모금을 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총기부금은 2018년 기준으로 약 13조9000억 원이고 이 중 기부금품법에 따른 기부금품은 약 6000억 원으로 전체 기부금 중 고작 4.3%에 그치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기존 법이 왜 현재의 기부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는가 하는 관점으로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간 모금단체들이 제시한 개정안이 발의되더라도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되는 일이 반복돼 왔다. 그러다 부정적 이슈가 생기면 여론이 안 좋다는 이유로 규제를 강화하고 형사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안이 발의됐다. 이렇게 기부금품법은 현실에서 계속 멀어져왔다. 그로 인한 부담도 고스란히 정부에 돌아가고 있다. 정부의 복지 예산이 부족해서 민간에 자율적인 기부금을 확보하도록 활성화를 이야기하면서 모금활동에 불필요한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결코 정부와 국민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21대 국회에 기부금품 관련법의 발의 건수는 21개에 이를 정도로 국회 차원의 기부금품 관련법 개정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 행정안전부는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기부금품 모집자의 편의성을 일부 제고하는 한정애 의원안을 정부안으로 삼아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그 취지와 달리 실제 내용은 모금 현장과 동떨어져 모금단체들은 개정안 전반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정애 의원안의 핵심 쟁점은 기존 공익 법인에 대한 감독 범위를 기부금 모집·접수에서 사용 내역까지 확대하고 기부자가 요청한 사용 명세 장부를 제공하지 않으면 형사처벌 하는 조항이다. 모금단체가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사용 명세 장부를 통째로 공개하라는 것은 모금단체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는 규제 일변도의 사고다. 현행 기부금품법의 구조적인 문제를 내버려둔 채 처벌만 강화했을 때 분쟁의 소지만 키울 뿐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위축된 기부문화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행안부는 이번 기부금품법 개정안과 관련해 모금단체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몇 차례 가졌지만 어떤 의견도 반영하지 않고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부를 통해 ‘나눔과 공유’라는 가치를 경험하고 공공영역이 미처 감당하지 못했던 많은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고 그 과정에서 공익법인·단체들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이들 공익법인·단체는 대부분 주무관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법인 형태로 기획재정부로부터 지정기부금 단체로 지정돼 있다. 지정기부금단체는 매년 사업 계획부터 결과보고 결산에 이르기까지 단체 운영과정 전반에 대해 주무관청,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등으로부터 중복 관리·감독을 받고 있어 불법·부정 소지가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다.

기부를 통해 세금으로 메우지 못하는 사회의 그늘을 보듬고 함께할 수 있다. 기부금품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약하던 본래의 모습을 벗어나 시민들의 사회 참여를 넓히고 기부문화를 진작하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 기부문화의 싹을 잘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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