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로인 100배 중독성’ 마약에 빠져든 청소년들…고교생 무더기 검거

뉴스1 입력 2021-06-24 06:56수정 2021-06-24 09:18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경남경찰청 제공)2021.5.20.© 뉴스1
21일 오후 5시쯤 서울 마포구의 한 정형외과.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의사에게 “허리가 안 좋다”고 하자 그는 운동 치료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차분한 목소리로 핵심만 전달하는 모습이 똑 부러진 인상을 풍겼다.

그러나 “펜타닐을 처방해줄 수 있느냐”고 했더니 그의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이 빨라졌다. “헉”이라는 탄식도 뱉었다.

의사는 “암 환자를 포함해 치료가 정말 안 되는 사람에게 처방하는 것이 펜타닐”이라며 “통증은 줄어들지 모르지만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다른 쾌감 느끼기 어려워

주요기사
펜타닐은 일반 시민들에게 아직 생소한 마약성 진통제다. 요통이 극심하거나 수술 후 통증이 지속되는 환자, 암 환자 등에게 쓰인다.

의학계 종사자들은 펜타닐 오남용 가능성에 혀를 내두른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2018년 미국에서 펜타닐계 약물 남용으로 숨진 사람은 3만1335명에 달한다.

미국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 홈페이지에서는 “펜타닐은 헤로인과 모르핀처럼 통증과 감정을 제어하는 뇌에 영향을 끼친다”며 “(중독될 경우) 이 약물 외 다른 것에서 쾌감을 느끼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한 단어는 ‘헤로인’이다. 폭발적인 쾌감을 안기지만 중독의 부작용이 끔찍한 수준인 헤로인은 ‘마약계 끝판왕’이라고 불린다.

2015년 미국에서 헤로인 중독으로 숨진 사람이 총기 공격으로 사망한 피해자보다 많을 정도였다.

펜타닐의 중독성은 이런 헤로인의 100배다. 한국에서는 피부에 부착하는 패치 형태로 유통되며 ‘펜타닐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10개월간 1965일분 처방하기도

특히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펜타닐이 유행처럼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지난달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펜타닐 패치를 유통·투약한 고등학생 등 10대 41명을 무더기로 검거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마약류 관리법 위반이다.

지난해 10대가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은 사례는 1101건에 이르렀다. 20대는 5440건이다. 전체 처방 건은 소폭으로 감소하는 추세지만 마악용 오남용 사례가 별도로 확인되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올해 의료기관 등 121곳을 점검한 결과. 펜타닐 패치 오남용 처방이 의심되는 곳은 40곳이나 됐다.

작년 1월부터 10월까지 10개월 간 67회에 걸쳐 환자에게 총 655매(1965일분)를 처방한 곳도 있었다. 펜타닐 패치 한 매당 사용분은 보통 3일(72시간)이다.

의학계에서는 “오남용 우려가 있는 만큼 펜타닐 패치 1개월분에 해당하는 장기 처방을 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 News1
◇“처음부터 처방해주진 않지만…”

뉴스1이 서울 시내 정형외과 5곳을 직접 방문한 결과 펜타닐 처방을 해주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의사들은 “10대 청소년의 펜타닐 투약 사건이 언론 보도로 알려졌는데 함부로 처방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성북구의 한 정형외과에서는 펜타닐 대신 마약 성분이 든 먹는 약을 처방해줬다. 50대로 보이는 의사는 “요즘 같은 분위기에 펜타닐 처방을 요청했다가 오해받을 수 있다”며 “지금 처방해준 약도 마약성 진통제고 효과도 세다”고 했다.

마약중독 전문병원 인천참사랑 병원에서 회복자를 상담하는 최진묵씨(46)는 “처음 간 병원에서 펜타닐을 처방 받기는 불가능하다”며 “경계가 심하지 않은 의료기관에서 여러 번 진료를 받다가 의사와 안면을 익히고 어느 정도 신뢰 관계를 쌓으면 펜타닐을 처방받을 수 있다고 한다”고 했다.

최씨는 “얼마 전만 해도 펜타닐 처방을 상습적으로 해주는 병원이 서울에서 유명할 정도였다”며 “펜타닐을 투약하는 주 연령층이 20대 초반에서 10대 미성년자로 내려가고 있다”고 했다.

◇“합법 기준 더욱 명확하게 해야”

전문가들은 “펜타닐 제재와 단속, 처벌의 근거를 모두 강화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은 펜타닐 처방과 사용 규제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지만 사실상 자율규제라 강제 이행이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펜타닐 처방의 합법 여부를 구분할 기준을 더욱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지방의 한 시도경찰청 마약수사계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전문가 자문을 받아야 할 정도로 의료법 위반 관련 수사는 쉽지 않다”며 “피의자 대부분이 진료 행위를 위해 의약품을 처방했다고 진술 하는 만큼 불법 처방 같은 의료법 위반 사건에는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부분이 많다”고 했다.

(서울=뉴스1)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