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암벽붕괴 원인은 조면암의 풍화 특성 때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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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연구팀 한라산 특성변화 조사

한라산 백록담 화구벽은 풍화작용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조면암의 특성 때문에 붕괴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정기적인 관측과 다양한 실험을 통해 붕괴 시기를 예측하는 등 피해 예방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 백록담 화구벽은 풍화작용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조면암의 특성 때문에 붕괴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정기적인 관측과 다양한 실험을 통해 붕괴 시기를 예측하는 등 피해 예방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12일 오전 한라산 해발 1800m 백록담 서북벽 밑.

과거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을 오르는 주요 구간이었지만 붕괴 위험 때문에 1986년 5월부터 출입이 통제된 곳이다. 최근 백록담 남벽 200m² 정도가 붕괴된 뒤 추가 붕괴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한라산국립공원사무소 직원과 함께 현장을 둘러봤다.

백록담 분화구 서북벽 정상 쪽은 자갈이나 바위가 쓸려 내릴 것처럼 아슬아슬했다. 30여 년 전에 설치한 돌계단, 쇠말뚝 등의 흔적이 남아 있었지만 중간 지점은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로프를 설치하지 않고서는 정상으로 가기 힘들 정도였다. 서벽에서는 암괴가 떨어져나간 모습이 확인됐다. 서벽과 함께 관음사 탐방로의 백록담 정상 북벽에서도 암석 일부가 떨어져 나가면서 산화, 풍화되기 이전 색깔인 갈색이 선명했다.

백록담 화구벽 암괴는 ‘토르(tor)’로 불리는데 백록담 서북벽-서벽-서남벽이 특히 발달했다. 용암이 흘러내린 뒤 차별적인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암석이 쪼개지고 분리되는 과정에서 탑 모양으로 남게 된 것이다. 경사가 가파른 백록담의 특성에 따라 풍화물질이 아래로 떨어져 나가면서 세로 방향의 뾰족한 암괴 경관을 보여준다.

백록담 암벽 붕괴는 현무암류인 동릉 정상보다 조면암류로 형성된 서북벽∼남벽 일대에서 자주 발생한다.

암석의 수분 함유율이 현무암은 2∼3%인 데 비해 조면암은 18% 정도로 많다. 이는 수분이 얼고 녹는 과정을 거치면서 조면암류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풍화작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수분이 얼면 부피가 7∼11%가량 더 팽창하면서 균열을 가속화한다.

특히 한라산 정상에서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월평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갔다가 4월에야 영상을 회복하지만 겨울 한철에도 백록담은 여러 차례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동결 및 융해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햇빛이 강한 서∼남벽 일대에서 풍화가 가속화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라산 조면암 특성 변화를 조사한 부경대 연구팀 관계자는 “한라산 조면암의 특성 변화를 연구하기 위해 현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인공풍화시험을 한 결과 50차례 정도 동결-융해가 진행하면 공극률(빈공간이 차지하는 비율)이 평균 17.78%에서 18.18%로 높아졌다”며 “동결-융해가 더 진행돼 공극률이 20∼21%로 높아지면 붕괴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라산에서의 붕괴, 낙석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백록담 서북벽 출입을 금지하면서 대신 개장한 남벽 구간은 지질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돌계단 공사와 탐방객 답압 등으로 돌 더미가 쓸려 내리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1994년 4월 통제됐다.

2015년에는 관음사 탐방로 삼각봉 일대에서 무너져 내린 바위가 탐방로를 덮쳤다. 2018년에는 성판악 탐방로 동릉 정상 구간 대형 암석이 굴러떨어질 위험이 제기되면서 사전에 정비되기도 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백록담의 풍화와 침식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규칙성 여부를 확인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기록하고 관측해야 한다”며 “특히 다양한 실험을 통해 붕괴 시기를 예측하고, 필요하다면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출입 통제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백록담#특성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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