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철모 화성시장 “습지생태-미래차 메카 화성시, 자연-산업적 가치 무궁무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5일 16시 55분


코멘트
서철모 경기 화성시장. 화성=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서철모 경기 화성시장. 화성=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화성은 풍부한 일자리를 갖춘 ‘기업도시’이면서도 천혜의 해양환경과 습지생태의 보고(寶庫)입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을 추구하는 ‘화성형 그린뉴딜’을 선도하겠습니다.”

경기 화성시는 올해 시 승격 20주년을 맞았다. 반도체, 바이오, 미래차 산업의 메카로서 자족도시로 도약한 화성시는 지난 10년간 인구 순 유입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4월 현재 화성의 인구수는 83만 1888명으로 10년 동안 60% 이상 증가했다. 서철모 화성시장은 11일 화성시청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마디로 한다면 화성시는 ‘모든 게 가능한 도시’”라고 말했다.

―시 승격 20주년을 축하드린다. 화성시는 어떤 도시인가.

“화성은 인구보다 일자리가 많은 기업도시다. ‘자족도시’의 전제조건은 일자리다. 한 국가에 ‘국내총생산(GDP)’ 통계가 있듯이 지자체에는 ‘지역내총생산(GRDP)’가 있다. 화성은 1인당 GRDP가 1억266만원이다.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시대라고 하는데 화성은 10만 달러 도시인 셈이다. 화성이 아직도 시골인 줄 아는 분들이 많은데 5년 연속 전국 266개 지자체 중에서 ‘재정자립도 1위’다. 화성주민의 평균연령은 37.5세로 전국 평균(43.3세)보다 5.8세가 낮다. 화성은 생산과 소비가 가장 활발한 ‘젊은 도시’로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화성시의 성장에는 첨단기술 기업의 역할이 컸다. 화성시에는 우리나라 미래 3대 산업인 반도체, 바이오헬스, 수소전기차 관련 기업이 집중적으로 포진해 있다. 화성시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두산중공업, LG전자 등 대기업 산단과 동탄테크노밸리 등 수도권 최대 규모의 산업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

서 시장은 “화성에는 6만 개가 넘는 기업이 있는데, 그 중 제조업 공장만 1만 1500개”라며 “화성에 있는 기업들의 총생산은 코스타리가 한 국가의 총생산보다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현재 ‘재정자립도 1위’를 차지하고 하고 있지만 수십년 후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모른다”며 “화성이 가진 천혜의 자연을 후손들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바다와 습지를 함부로 개발하지 않고 친환경 생태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화성 습지
화성 습지

―화성의 관광자원은 어떤 것이 있는가.

“경기도 해안선의 70%가 화성시에 속해 있다. 또한 화성호 일대와 화옹지구 간척지에는 대규모 습지가 형성돼 있다. 습지는 오염물질 정화, 탄소흡수, 재해방지, 생태관광과 자연휴양의 문화적 혜택까지 따지면 가치가 무궁무진하다. 숲의 10배, 농경지의 100배의 가치가 있다. 400만 평에 이르는 초원으로 돼 있는 ‘공룡알화석산지’에 가보면 수도권에 이런 곳이 있었나하고 깜짝 놀란다. 관광자원으로서 화성 습지의 가치는 순천만을 능가한다. 이러한 습지를 당장 돈이 된다고 개발해선 안된다. 바다와 습지는 누구나 즐길 수 있어야 하고, 미래 후손들을 위해 보존해야 한다.”

화성의 습지는 갯벌습지, 염습지, 민물습지, 호수가 모두 존재하는 독특한 자연환경 덕분에 ‘수원청개구리’를 비롯한 멸종위기 생명체와 각종 천연기념물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 2018년 세계 9대 주요 철새이동경로 중 하나인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에 등재됐고, 국제협약인 ‘람사르 협약’ 습지보호 지역 등재도 추진하고 있다.

서 시장은 지난해 7월 지자체 최초로 ‘화성형 그린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45만 톤 저감, 친환경 발전량 250만 MWh 생산, 10만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이 계획에 따라 화성시는 무상교통, 경기만 그린뉴딜 특구 등의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화성시 자율주행 셔틀버스
화성시 자율주행 셔틀버스
화성형 그린뉴딜 계획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무상교통’을 꼽았다. 자율주행 버스 전면 개통을 목표로 하는 화성을 ‘미래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5~10년 후에는 모든 버스를 무인 자율주행 버스로 대체될 것이다. 자가용과 달리 버스는 노선이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이 좀더 빨리 가능하다. 모든 버스가 전기차로 바뀌고, 자율주행이 된다면 대중교통 운영예산의 60%를 절약할 수 있다. 현재 화성의 대중교통은 18세 미만의 무료고, 다음달 15일부터는 65세 이상이 무료다. 11월1일부터는 24세 미만이 무료고, 자율주행 버스로 대체되면 전 시민이 무료가 될 것이다. 화성시의 무상교통은 단순히 교통약자에 대한 교통비 지원 사업이 아니다. 대중교통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완성시켜 교통비용을 줄인다는 확신을 갖고 추진하는 사업이다.”

서 시장은 이를 위해 화성 내에 100만평 규모의 ‘미래차 산업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화성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실험도시 케이시티(K-CITY)가 조성돼 있고, 올해 말까지 수소차 충전소도 6곳을 구축할 계획이다. 서 시장은 “미래차 산업단지에는 전기차와 수소차, 배터리 등 미래차 관련 업체와 연구소만 들어올 수 있다”며 “이 기업들에게 화성의 대중교통 시스템에 관한 데이터를 전부 공개하고, 함께 자율주행 미래차 시스템을 상용화해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만 그린뉴딜 특화지구 계획’은 무엇인가.

“간척지인 화옹지구와 대송지구를 그린뉴딜 특화지구로 지정해 친환경 미래농업, 생태광지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30년 전에 간척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이 곳에서 쌀을 생산하려고 했다. 그러나 현재는 쌀이 남아돈다. 우리나라는 쌀을 뺀 식량자급률이 23% 밖에 안된다. 나머지 77%의 농산물을 수입한다. ‘경기만 그린뉴딜 특구’를 첨단과학기술이 접목된 미래지향적인 농업단지로 만들어 식량자급율을 23%에서 60~70%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려 한다. 네덜란드의 ‘푸드밸리’로 불리는 와헤닝헌처럼 첨단 친환경 농업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화성의 서부에 조성되는 송산그린시티는 동탄신도시에 비해 인구밀도가 3분의1 밖에 안되는 쾌적한 해변도시다. 15만 명의 시민들이 이 곳에 살면서 친환경 농업에도 관심을 갖도록 할 계획이다. 여기에 국제적인 미술관도 유치해 자연환경과 첨단농업, 문화와 예술이 함께하는 도시로 만들겠다.”

화성국제테마파크 투시도
화성국제테마파크 투시도

―화성국제테마파크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금년 봄에 신세계와 계약을 완료했다. 2026년 부분 개장을 거쳐 2031년 전체 개장이 목표다. 부지가 바닷가 근처에 있기 때문에 수변도시 형태로 조성할 계획이다. 바닷물을 끌어들여 이탈리아 베이스처럼 운하도시가 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 국제테마파크가 시화호와 자연스럽게 연결돼 해안 관광벨트가 될 전망이다. 20~30년 전에 설계된 용인 에버랜드와 똑같이 만들어 경쟁할 필요가 없다. 화성국제테마파크는 VR/AR(가상/증강현실) 등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해 관람객들에게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약 418만㎡(127만평) 부지에 최신 정보기술(IT)을 접목한 테마파크와 호텔, 쇼핑몰, 골프장을 조성해 연간 1900만명의 관광객이 찾게 될 것이다. 단순한 테마파크를 넘어 화성의 미래자동차 등 IT와 역사문화가 어우러진 글로벌 복합테마파크로, ‘스마트시티의 대표적인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이렇듯 화성시는 서해안에서 해양 생태관광 벨트 구축과 그린뉴딜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지난 54년간 미 공군 훈련장의 소음에 시달렸던 매향리 마을이 되찾은 평화와 화성습지의 생태적 가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매향리 마을에는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세운 기념관과 함께 평화생태공원이 조성된다. 그런데 인근인 2017년 2월 화성시 우정읍 화옹지구의 습지 지역 일대가 수원 군공항이 이전하는 예비후보자로 선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화성시민을 대상으로 올해 1월 말 진행된 여론 조사에 따르면 화성시민 10명 중 8명 가까이(77.4%) 군공항 이전에 반대하고 나섰다. 서 시장은 “특별법으로 규정된 군공항 이전 사업은 군공항이 옮겨갈 부지의 적극적인 환영 의사가 전제 조건인데, 화성시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원 군공항 이전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은.

“현재의 수원 군공항 부지가 이전된 후 만약에 아파트로 재개발되면 막대한 개발이익이 생긴다. 특별법에 규정된 ‘기부 대 양여’ 방식에 따라 최소 5~10조 규모가 될 개발이익금은 군공항을 새롭게 유치하는 도시에게 주도록 돼 있다. 웬만한 시군의 1년 가용예산의 10~20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액수다. 재정자립도가 충분한 화성시는 유치할 의향이 없지만, 군공항 이전 후보지 유치신청을 다시 받으면 자원하겠다는 지자체가 몇 곳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군공항 이전사업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올바른 해결책을 얻기 위해 ‘원점에서 재검토’를 통해 충분히 논의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화성 습지
화성 습지

―화성습지를 잘 보존해야 하는 이유는.

“화성의 자연은 후손들에게 잠시 빌려쓰는 것이다. 당장 돈이 된다고 해서 해안 쪽에 공장을 다 짓는다면 어떻게 될까. 호주나 뉴질랜드 같은 국가에서는 도로를 중심으로 해안가 쪽에는 건물을 못 짓게 한다. 식당이나 카페도 허가를 안 내준다. 바다는 개인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닷가에 카페를 허가해주면, 그 곳은 사유공간으로 바뀌게 된다. 인공적인 것은 다시 더 좋은 것을 지을 수 있지만, 자연은 만들 수가 없다. 10년 후에는 어떻게 트렌드가 변할지 모른다. 여유있을 때 비축하듯이 지금은 해안가를 보존해야 한다. 미래세대가 자연을 관광산업으로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화성의 해양관광에 대한 비전은.

“화성 전곡항에는 요트 마리나 시설이 있다. 남해안에도 훌륭한 요트 마리나가 많지만 화성의 강점은 수도권에서 가깝다는 점이다. 아무리 멋진 곳이라고 멀리 있으면 그림의 떡이다. 화성은 서울 사람들이 1시간 반이면 올 수 있는 거리다. 오후 4시 쯤 퇴근해서 친구들하고 석양을 보며 요트에서 와인 한잔 마시는 것도 가능하다. 화성의 바다는 해양레저 산업 분야에 엄청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화성에는 정조의 능행차 행렬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 추진하는 이유는.

“화성에는 정조대왕이 아버지의 묘를 참배하러 온 목적지인 융릉(사도세자의 묘)이 있다. 서울 창덕궁에서 화성까지 이어지는 정조대왕의 능행차 행렬은 우리나라 전통의 ‘효(孝)’ 사상을 아주 잘 발현해주는 행사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만 봐도 열광하는데, 왕의 능행차 행렬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다채로운 의상과 전통무예 시연 등은 세계적인 볼거리가 될 수 있다. 정조 능행차를 서울시, 화성시 등 관련 지자체 주민들이 참여하는 행사로 키워간다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화성=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