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어나가야 분주한 정치권…여전한 ‘솜방망이 처벌’ 논란

뉴스1 입력 2021-05-19 07:29수정 2021-05-19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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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평택역 앞 광장에서 열린 고(故) 이선호 씨 산재사망 책임자처벌 진상규명 촉구 시민분향소 설치 기자회견에서 관계자들이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5.17/뉴스1 © News1
평택항에서 일하다 지난달 산업재해 사고로 이선호씨(23)가 목숨을 잃자 이제서야 정치권과 제도권에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앞다퉈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애초 이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는 등 각종 안전법을 개정했지만 20대 청년의 소중한 목숨을 지키지는 못했다. 특히 아직 시행하기도 전인 중대재해처벌법을 고쳐야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더라도 이선호씨와 같은 사건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현재 정치권에서 가장 비중있게 살펴보고 있는 사안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벌금 규정을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내년부터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벌금의 하한선이 없다.

이 때문에 산업현장에서 재해가 발생해도 책임자인 대표나 관리자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사례는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장 지난 14일 울산지법 형사3단독 김용희 판사는 안전설비를 설치하지 않아 작업 중인 근로자가 추락사한 업체의 대표에게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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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원이라는 벌금도 1심 판결에서는 많은 금액이다.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과 2019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공개된 1심 판결문의 평균 벌금액은 450여 만원에 불과했다. 김용균법이라고 불리는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된 판결에서도 개인은 평균 350만 안팎, 법인도 500만원대 벌금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구속은 없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3~2017년 산재 상해·사망사건의 형량을 분석한 결과 벌금형이 57.26%로 가장 많았고 집행유예도 33.46%나 됐다. 징역 및 금고형은 2.93%에 불과했다. 벌금형의 경우에는 개인의 경우 420만원, 법인은 448만원이었는데 3년이 흐른 지금도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다. 소중한 생명과 맞바꾼 벌금이 고작 수백만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는 노동자의 안전을 희생해 이익을 보는 쪽에게 더 많은 책임을 지우는데 있다. 이같은 의미에서 벌금의 하한선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규제를 지키는데 들어가는 비용보다 더 비싼 벌금을 부과하지 않을 경우 사망사고를 낮추는 실효성을 끌어올리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벌금의 하한선 부분은 지난해 이 법안이 심의되면서 논의되기도 했지만 최종적으로 삭제됐었다. 최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벌금 하한선을 1억원으로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만큼 향후 논의 과정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노동계가 꼽는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지점은 이 법의 유예기간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법 적용을 3년 유예하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이 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 법의 제정 과정에서 가장 많은 논란이 일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선호씨 사망 이후 기류가 바뀌는 모양새다. 대부분의 중대재해가 50인 미만 사업장 또는 5인 미만 사업장에 집중된 현실을 고려했을 때 현재와 같은 유예기간은 이선호씨와 같은 비극을 기다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노동계는 주장한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이 밝힌 지난해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의 402명, 즉 46%는 5~49인 사업장에 나왔다. 이는 법이 적용되는 유예기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려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울러 이선호씨 사례에서도 드러났듯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의 안전관리나 교육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이 드러난 만큼 좀 더 강화된 관리 감독 규정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조만간 입법예고될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령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일 정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이르면 이달 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시행령으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은 총 5개 가량으로 정리되는데 이 중에서도 경영 책임자를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핵심 사안이 될 전망이다.

경영계는 사업장의 독립성이 인정되면 본사 대표이사 등이 처벌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는 사고의 인과성을 따졌을 때 책임이 있다면 본사 대표이사 등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은 지난 14일 “임박한 중대재해법 시행령을 제대로 만들고, 미흡한 모법을 온전하게 개정하는 것이 돌아가신 고 이선호님에 대한 진정한 추모”라고 강조했다. 반면 경총 등 6개 경제단체는 지난달 13일 경영책임자 정의 규정, 경영책임자 의무 완화, 원청 책임범위 제한 등을 시행령에 담아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제출한 상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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