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정권수사에 맞선 이성윤, 중대기로에 서다

이태훈기자 입력 2021-05-10 11:36수정 2021-05-1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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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전문가들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기소 여부 등을 판단하는 10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이 지검장의 검사 인생 뿐 아니라 그를 통해 검찰 수사를 통제해온 문재인 정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기로로 평가된다.

수사심의위에서 기소 권고 결론이 나온다면 검찰총장 후보에서 탈락한 이 지검장을 유임 또는 승진시켜 요직에 계속 중용하려던 여권의 구상을 계속 밀고나가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반면 불기소 권고로 결론 날 경우에는 결백을 주장해온 이 지검장이 일차 판정승을 거두는 셈이 된다. 검찰의 수사 동력이 떨어지고 이 사건에서 여권이 주도권을 쥐게 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검찰수사심의위는 구속영장 청구나 기소 등 검찰의 중요 결정을 앞두고 검사가 아닌 대학교수와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들의 판단을 받아보는 절차다. 일반시민이 유·무죄를 판단하는 미국 법원의 배심원 제도처럼 검찰이 단독으로 결정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외부인의 시각으로 줄여보자는 취지로 도입된 것이다. 강제적 효력을 갖지는 못하지만 해당 사안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 반영되는 만큼 검찰이나 신청 당사자인 이 지검장 모두 향후 행보가 크게 제약될 수밖에 없다.

최근 차기 검찰총장 인선에서 여권은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총장 후보자로 지명하는 대신 그간 유력한 총장 후보로 거론돼온 이 지검장은 유임이나 고검장 승진으로 인사 구도를 수정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권이 받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일보 후퇴’를 택한 셈인데, ‘반격 카드’로 빼든 수사심의위에서 이 지검장 기소 권고 결론이 나올 경우 여권은 또 후퇴를 해야 하는 불리한 상황에 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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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도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부장검사)의 기소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인데 외부 전문가들까지 이 지검장 기소에 손을 들어준다면 이 지검장을 전국 최대 검찰청의 장으로 유임하거나 고검장급인 대검 차장검사로 승진시키는 데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 있어 이 지검장은 정권 수사를 밀어붙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맞선 검찰 내 버팀목으로 평가받을 만큼 여권에서 신임을 받았다. 그런 이 지검장을 유임시키기 못한다면 대형 사건이 늘어나는 임기 말 여권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 권고 결론이 나오는 것은 그간 이 사건 수사로 궁지에 몰리는 듯 했던 이 지검장은 물론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여권 핵심 인사들에게 활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지검장이 김오수 차기 총장 체제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키를 쥐고 중용될 가능성이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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