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에 맞설 ‘공정한 강단’이 차기 檢총장 제1 인선기준

차기 검찰총장 후보 제청권자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 국정 철학 상관성’을 차기 총장 인선 기준이라고 밝힌 이후 검찰총장의 역할과 자질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총장은 공정한 국가 법집행을 책임지는 형사사법 절차의 총지휘자라는 직무를 수행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자질과 역량을 지니고 있느냐가 핵심 인선 기준이 될 수밖에 없는데 주무 장관이 불필요한 말로 정치적 논란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검찰총장은 외견상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는 행정부 소속이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준사법기관의 수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 헌법 정신이다.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일상 업무에서도 법무부를 통해 청와대에 현안을 보고하는 위치에 있지만 필요 시 자신을 임명한 정권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수사해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어 언제나 권력과는 일정한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이중적 지위’에 있다.

일반적으로 차관급인 다른 정부 외청장과 달리 검찰총장을 장관급으로 높이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열어 검증받도록 한 것도 검찰총장이 지닌 법적인 위상을 감안한 장치다.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재판’과 ‘인사’에서 완전히 독립적으로 일을 하는 사법부와 마찬가지로 검찰도 ‘수사’에 있어서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아야 법을 공정하게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에서 임기 말 비리에 연루된 대통령 가족들이나 정권 실세들이 검찰에 구속된 것이 검찰총장의 직무를 잘 말해준다. 대통령의 신임을 얻어 총장에 임명됐더라도 중대한 비리가 포착될 경우 법 원칙과 국민의 편에서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 힘 있는 권력자들을 단죄했던 예가 적지 않았다. 김영삼 정부 말기 국정 개입 사건으로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씨가 구속된 것이나 김대중 정부 말기 구속된 김홍업, 김홍걸 두 아들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이 터졌을 때 검찰이 최순실 씨 등의 비리 수사에 나서 박 전 대통령까지 구속한 것도 비근한 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19.7.25/뉴스1 © News1

3월 4일 중도 사퇴한 윤 전 총장의 후임자를 정하는 차기 총장은 윤 전 총장이 여권에서 퇴진 압박을 받다 물러났다는 점에서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수사할 있는 사람이 임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법조계에서는 많이 나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문재인 정부에서도 임기 말로 갈수록 청와대 관계자 등 정권 핵심 인사들이 연루된 의혹 사건들이 늘고 있어 외압에 굴하지 않을 강단 있는 검찰총장에 대한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29일 법무부 장관에게 3, 4명의 총장 후보를 올리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세간의 관심은 현 정부 들어 검찰 요직을 거치면서 정권 관련 사건의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후보에 포함될지에 쏠려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를 중단하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최근 검찰 조사를 받은 이 지검장이 자신의 기소 여부 적절성 등을 심사해 달라고 소집을 요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29일 전에 열릴지 여부도 총장 인선의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지검장 외에 총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김오수 이금로 전 법무부 차관, 조남관 대검 차장, 봉욱 전 대검 차장, 구본선 광주고검장,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 등이다.

박 장관은 26일 자신의 총장 인선 기준 발언 논란에 대해 “일부 언론이 지적하는 그런 점에 대해서는 유념하겠다”고 해명했다. 박 장관은 “정치검찰의 탈피는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염원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말씀드리는 것 하나하나가 다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 더 길게 말씀드리진 않겠다. 내일 법사위도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