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어려움 돕고 싶어”…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50대 대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5일 1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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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돕는 법률가가 되겠습니다.”

금속 자원 재활용 전문가이자 한 중소기업의 대표가 제10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신희동 호남석회공업㈜ 대표이사(52)다. 신 대표는 1994년 전남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한 뒤 28년 동안 금속자원 재활용 분야에서 근로자, 연구 개발자, 경영자로 일했다.

신 대표는 금속분야 특허권을 3개 갖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호남석회공업은 철강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상품화 시키는 분야 등에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연간 매출액이 150억 원에 달해 비교적인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왔다. 하지만 2016년 대기업의 일방적인 계약 중도해지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신 대표는 당시 변호사를 통한 소송보다는 해당 기업과 합의를 하고 싶었지만 상담했던 변호사들은 “손해배상 금액이 특정되지 않아 수임료 특정이 안 된다”며 선뜻 변호에 나서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신 대표는 혼자 600쪽 달하는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 이유서를 만들어 1년 만에 대기업과 원만한 합의를 이뤄내긴 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어주며 법률적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법률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됐다.

신 대표는 2018년 3월 중소기업을 위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에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 2019년 2월 직원 30명이 있던 회사 생산시설을 매각했다. 회사 규모를 사무직 직원 4명으로 줄었다.

‘늦깍이 로스쿨생’인 신 대표는 1년 365일 중에 360일을 등교해 공부에 매달렸다. 하루 14시간 씩 공부했다고 한다. 지난해 6월에는 요로결석으로 응급실에 갔지만 2시간 만에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와 책상에 앉았다.

신 대표는 25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정한 거래를 통해 상생할 수 있도록 돕고, 중소기업 특성을 맞는 법률서비스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자치단체 등이 재정 손해 등을 끼치는 행위를 할 때 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주민소송도 활성화시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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