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신청 안받아줘 공항 머물던 외국인, 14개월만에 밖으로

고도예 기자 입력 2021-04-14 03:00수정 2021-04-1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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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 피해 작년 한국 온 아프리카인, 당국 심사 거부로 환승구역서 숙식
법원 “시설에 구금된 피수용자처럼 직권으로 수용 임시 해제” 첫 판결
동아일보DB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인천국제공항 환승구역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도 보호시설에 구금된 ‘피수용자’와 같이 법원이 직권으로 수용을 해제할 수 있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난민 신청을 했다가 반려된 뒤 1년 2개월 가까이 공항 환승구역에 머물러 ‘한국판 터미널’ 사례로 불렸던 아프리카인 A 씨도 공항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됐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고승일)는 A 씨가 법무부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을 상대로 “수용을 임시 해제해달라”며 낸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A 씨를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장이 정하는 종합병원에 머물도록 하고, 거주지를 옮길 때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재판부는 “A 씨가 난민 신청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환승구역을 벗어날 수 없고 환승구역에서 사생활의 보호나 의식주와 의료서비스 등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처우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며 결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수용을 계속할 경우 A 씨에 대한 신체의 위해 등이 발생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A 씨의 현재 상황과 처우, 방치 기간 등에 비춰 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 또한 인정된다”고 했다.

앞서 A 씨는 지난해 2월 “고국에서 정치적 박해를 받고 있다”며 입국했지만 법무부로부터 “가지고 있던 항공권 목적지가 한국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난민 심사를 거부당했다. 인천지법은 지난해 6월 “A 씨에 대해 난민 심사를 개시하지 않는 법무부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지만, 법무부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법무부는 환승구역에 대해 자유로운 통행과 출국이 가능해 수용상태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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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를 지원하는 사단법인 두루의 이한재 변호사는 “난민 신청자를 공항에 방치해 돌아가도록 하는 행태는 용납될 수 없고 근거 없는 기준으로 난민 신청 접수를 거부한 법무부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인천공항 난민#아프리카인#난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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