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학동 서당’ 방치된 아이들…가정 있지만 돌아갈 곳은 없었다

뉴스1 입력 2021-03-30 18:48수정 2021-03-30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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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등 가혹행위가 발생한 지리산 청학동의 한 기숙사. © 뉴스1
경남 하동 지리산 청학동 서당 두곳의 기숙사에서 연이어 드러난 엽기적 폭행·가혹행위가 전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가해 학생들의 폭행과 가혹행위 수법은 성인도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의 수위를 넘어서면서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30일 경남교육청과 하동군에 따르면 지리산 청학동에 자리잡은 예절학교 형태의 서당 기숙사 등은 총 7개로 120여명의 학생이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로 서당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낮에는 인근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인근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의 80% 이상은 서당 기숙사 아이들이다. 서당 기숙사는 차를 운행해 학생들을 학교로 태워주고 학교 수업을 마치면 다시 태워온다. 아이들에게 기숙사는 사실상 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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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은 한달에 90만~130만원을 교육비 등으로 지불하고 아이를 서당에 맡겼다. 다수의 학생은 1년 중 대부분을 기숙사에서 기거한다. 1년에 몇 번 정도만 가족을 만나러 가는 학생들도 있다. 기숙사가 딸린 일반 학교의 매주, 또는 격주로 가족을 만나러 가는 형태와 비교해 보면 사실상 방치 수준이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인근의 중학교로 입학하는 경우도 많다. 중학교를 졸업하면 더이상 서당 기숙사에서는 생활할 수 없게 되는데,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도 상당수로 알려졌다.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에 가서도 주말에는 기숙사를 비워야 하므로 주말과 휴일에는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되기도 한다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혼자서 방을 잡고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도 있지만 가정이 있는데도 돌아갈 곳이 없는 학생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부모들의 가정 문제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가 이혼하고 재혼을 위해 잠시 맡긴 것이 기간이 길어지면서 서당 기숙사에서 계속 생활해야 하는 아이들도 있고, 다른 사유로 부모의 관리 수준을 벗어난 아이들도 있다. 이들에게 서당은 보육원과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당 본래의 기능인 인성과 예절 교육 등을 위해 찾아오는 학생들도 있지만, 이는 많지 않은 것으로 교육 당국은 파악했다.

현재 경찰 조사 중인 초등생 폭행 사건 피해자는 방학 기간 서당을 이용했다가 피해를 입은 것이다. 중학교 언니들이 피해 초등생의 머리를 변기에 밀어 넣고, 청소 솔로 이를 닦게 하는 등의 폭행과 엽기적인 가혹행위를 했다.

또 다른 서당에서는 남자 중학생을 상습적으로 폭행하면서 체액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재우지 않고 체액을 뿌리기도 했으며, 엎드린 자세를 취하게 한 후에는 양말로 입을 틀어막고 항문에 변기 솔 손잡이 등을 넣는 가혹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검찰은 이 사건을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유사성행위) 등으로 지난해 12월 기소해 5월 재판을 앞두고 있다.

폭로글이 연이어 국민청원에 게시되자 또 다른 피해 사례도 나타났다. 청원인은 자신의 초등학교 서당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같은방 학생에게 커터칼로 위협과 폭행, 절도 등을 당했다고 했다. 이런데도 서당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서당의 학생들은 학교에서는 무난한 학교생활을 이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인근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서당 학생들은 교우 관계도 좋고 크게 말썽을 피우는 학생들은 없었다고 한다. 따라서 학교에서도 일부 서당 학생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초등생의 경우 욕설을 하거나 또래 이상 수준의 과격한 발언으로 자주 상담을 받기도 해, 원주민 학생들이 이를 보고 배우는 등 좋지 못한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학생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서당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다보니 과격한 선배 학생들의 행동은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그대로 학습된 것으로 파악된다.

학교에서는 폭행과 가혹행위 등 이상 행동이 표출되지 않은 이유로 서당 기숙사의 폐쇄적인 공간 구조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가해 학생들은 학교에서는 교사 등의 눈을 피하기 힘들어 서당에 돌아가서 CCTV가 없는 창고와 화장실 등에서 폭행과 가혹행위를 일삼았기 때문이다.

가해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피해 학생들에게 공포심을 조장해 입막음했고, 보복이 두려운 학생들은 침묵해야 했으며, 마땅히 돌아갈 곳이 없는 학생들도 이에 순응해야 했다. 어둠의 생활방식이 기숙사 안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서당 기숙사는 교육·행정당국의 관리·감독 부재가 이번 일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남교육청에서는 이번 ‘서당 폭력’ 사태가 불거진 직후에야 뒤늦게 이곳에서 벌어진 폭행 등 사안들을 파악 중이다.

또, 교육청은 하동군이 청학동 서당에 대해 집단주거시설이라는 이유로 공문을 보내 지도 감독을 하지 못했다며, 청학동 서당이 잘못 포장되어 운영되는 것은 하동군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떠넘기기도 했다.

하동군에서는 교육청의 주장을 반박했다. 군은 서당 등 7곳 중 1곳은 군에서 관리하는 곳이지만 6개는 학원 등으로 등록돼 있어 교육청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은 교육청에서 밝히고 있는 학원을 제외한 기숙사 등 시설의 경우 집단거주시설이 아니라 하숙 형태의 시설로 서당에서 편법으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교육청에 책임이 있다고 항변했다.

미인가 대안교육시설의 학교폭력 등은 잊을 만하면 발생하지만 교육청에서는 이들 시설에 대한 학교폭력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에서도 1년에 한 차례 아동 폭력 학대와 관련된 교육을 받게 하면서 단순 교육 여부만 확인하고 이 외의 학교폭력 관련 조사는 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서당 기숙사는 당국의 제대로 된 감독과 관리를 받지 않고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이종철 교육대안연구소 부소장은 “미인가 대안교육시설에서 폭력 사건이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법적 테두리 안에 있는 것이 아니므로 책임 소재를 따지기가 어렵다”며 “국내 미인가 대안교육시설이 500여개 정도 되는데 인가를 받고, 교육부의 지원을 받으려면 건물을 소유하고 있거나, 교원 중에 교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일정 비율 이상 있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워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남=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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