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올 수 없는 혈액형”…구미 친모, 아이 바꿔치기 어떻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6일 21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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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23일 친모 A 씨(48)의 임신과 출산을 확인하기 위해 산부인과 의원 170여 곳을 압수수색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시스
경북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23일 친모 A 씨(48)의 임신과 출산을 확인하기 위해 산부인과 의원 170여 곳을 압수수색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시스
경북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친모 A 씨(48)가 숨진 B 양(3)과 사라진 아이를 바꿔치기 한 장소를 산부인과로 특정하고 사라진 아이의 행방을 찾는 데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A 씨가 B 양을 다른 곳에서 먼저 출산한 후 친딸 C 씨(22)가 있는 병원으로 가 아이를 바꿔치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 수수께끼 푼 혈액형


좀 풀리지 않았던 수수께끼를 풀어줄 결정적인 단서는 산부인과에 보관 중이던 C 씨의 출산 기록에서 나왔다. 이 기록에는 C 씨가 낳은 신생아의 혈액형이 A형으로 나와있다. 산모인 C 씨의 혈액형은 B형, 전 남편의 혈액형은 AB형.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두 부모 사이에서 A형 아이가 나올 수 있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보다 정밀한 혈액형 분류법을 적용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B 형은 BB 형과 BO 형 인자로 구분되는데 C 씨는 BB형이다. 이 경우 AB형인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혈액형은 B형과 AB형이어야 한다. A형의 혈액형을 가진 아이는 태어날 확률이 아예 없다는 것이다. 한 전문의는 “C 씨와 전 남편 혈액형 상으로는 A형이 절대 나올 수 없다. 수사상 중요한 단서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도 혈액형 분석을 통해 경찰과 같은 결과를 내놨다. B 양이 C 씨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 혈액검사 전 바꿔치기

C 씨가 출산한 산부인과는 평소 아이가 태어난 지 48시간이 지나고 채혈해 혈액형을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 씨가 낳은 신생아의 혈액형은 지난달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B 양과 일치한다. 경찰이 산부인과에 남아있는 신생아 기록이 B 양의 정보라고 확신하는 이유다. A 씨가 딸 C 씨보다 먼저 아이를 출산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이를 근거로 경찰은 A 씨가 혈액 검사를 하기 전에 B 양과 C 씨가 출산한 신생아를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를 바꿔치기 한 시점은 C 씨가 아이를 낳은 2018년 3월 30일을 기준으로 48시간 이전인 3월 31일이나 4월 1일로 예상된다. C 씨는 2018년 4월 8일 자신의 딸로 둔갑한 B 양과 함께 퇴원했다.

A 씨가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바꿔치기했을 수도 있다는 정황은 C 씨의 전 남편의 진술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전 남편은 “C 씨가 아이를 낳은 후 병원에 들렀다가 신생아 손목에 찬 손목 띠지가 훼손돼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손목 띠지에는 신생아의 정보가 적혀 있다.

병원 관계자들은 신생아 혈액형 검사 전에 아이를 바꿔치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증언한다. 경찰은 병원 안에 공모자가 있거나 A 씨와 C 씨가 짜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면서 A 씨도 심경에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관계자는 “완강한 태도로 입을 열지 않던 A 씨가 조금씩 진술을 하기 시작했다. 기소전까지 수사 속도를 올릴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구미=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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