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어린이보호구역 표기는 실수”…황당한 ‘스쿨존’ 논란

뉴스1 입력 2021-01-24 13:31수정 2021-01-2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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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전 광주 광산구 신가동 선창초등학교 인근 교차로 노면에 어린이보호구역이 표시돼 있다. 지난 5일 해당 교차로에서 이륜차를 추격하던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A경위가 순찰차를 몰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초등학교 5학년생을 들이받았다.2021.1.11/뉴스1 © News1
“노면표시가 돼 있는데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니라니요….”

경찰 순찰차에 초등학생이 치인 사고 현장이 ‘스쿨존’ 인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노면 위에는 13년간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표기가 돼 있지만, 광주시와 경찰이 ‘단순 표기 실수’라는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다.

사고가 발생한 광주 광산구 신가동 선창초등학교 횡단보도에서 23일 만난 유모씨(55·여)는 ‘이 도로가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니라는데 알고 계셨나’라는 질문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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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인근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는 유씨는 “이 도로를 출퇴근할 때마다 이용하는데 당연히 노면 표기가 있으니 당연히 어린이보호구역인 줄 알았다”며 “저렇게 시설물이 설치돼 있는데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닌 줄 누가 알았겠냐. 이 도로 인근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많은데 왜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동생이 있다는 고등학생 김모씨(17·여)는 “얼마 전에 선창초등학교 정문 근처에서 초등학생이 차량에 치이는 교통사고가 났었다”며 “요즘 민식이법이 시행되면서 너도나도 다 어린이보호구역 만드는 추세인데, 여기도 초등학교 근처인 만큼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게 어린이들 안전에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운전자들은 황당하다 못해 관리되지 않은 교통시설에 분통을 터트렸다.

사고 발생 구간이 노선에 포함된 첨단09번 버스 운전기사는 “하루에 몇 번씩 이 도로를 오가는데 단 한 번도 이곳이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며 “운전으로 밥벌이하는 사람들한테는 안내표지판이나 노면표시만큼 중요한 게 없다. 안전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고 토로했다.

택시기사 김모씨(30)는 “어린이보호구역이라서 손님이 승하차할 때나 주행을 할 때, 한번 더 주의를 했었다”며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니라고 하니까 이젠 그럴 필요가 없겠다”고 황당해 했다.

광주시는 ‘초록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이 지난5일 경찰차에 치인 사고의 발생 구간은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닌 것으로 추정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08년부터 해당 도로 인근에는 ‘어린이보호구역’을 알리는 노면표시가 있지만, 시는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시는 당초 사건 발생 1주일이 넘도록 어린이보호구역 지정 여부를 파악하지 못하자 해당 구역의 노면 표기를 지워 사건을 일단락하려는 모양새였다.

관할 지자체인 광산구에 ‘어린이보호구역을 재정비하라. 노면 표시를 철거하라’는 공문을 전달했고, 구는 이에 따라 노면 표기를 비롯한 부속 시설물을 철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민들의 의견 수렴 과정 없이 노면 표기를 철거하는 것은 ‘일방행정’이라는 지적이 일었고, 뒤늦게 공청회를 개최해 지정 여부에 대해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서둘러 사건을 덮고자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 제기와 함께 ‘무책임한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일고 있다.

사고가 난 도로의 어린이보호구역 여부에 따라 경찰관에게 적용되는 혐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경찰은 어린이보호구역일 경우 ‘민식이법’을 적용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단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혐의로 입건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닌 곳이 13년간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알려지면서 그간 발생했던 시민들의 피해보상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당 구역에서는 보행자 사고가 7건 발생했다. 이중 3건은 어린이보행자 관련 사고였다.

불법주정차 과태료 부과에 대한 문제도 이어진다.

일반도로상에서 발생한 불법주정차 과태료는 4만원이지만 어린이보호구역의 경우 두배인 8만원을 부과한다. 사례에 따라 최대 12만원까지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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