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차별방지’ 대입 ‘블라인드’ 시행해보니…오히려 ‘역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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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2월 29일 15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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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2021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고교 유형별  합격자 현황.(서울대 제공)© 뉴스1
서울대 2021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고교 유형별 합격자 현황.(서울대 제공)© 뉴스1
교육부가 대입에서 출신 고교에 따른 차별을 막겠다며 올해 처음으로 도입한 ‘블라인드 평가’가 오히려 일반고 출신에게 불리하고 과학고·영재고 등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고교 수험생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반고는 등교수업과 교·내외 활동이 크게 위축돼 과학고·영재고 등과 격차가 더 커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29일 서울대에 따르면 2021학년도 수시모집 결과 총 2591명이 선발됐다. 이 가운데 일반고 수험생은 1251명으로 전체의 48.3%를 차지했다. 지난해 1288명이 합격해 전체의 50.0%를 차지한 것과 비교해 줄어든 규모다.

반면 과학고 출신은 전년 135명(5.2%)에서 148명(5.7%)으로, 영재고 출신은 전년 267명(10.4%)에서 312명(12.0%)으로 각각 늘어났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출신은 전년 대비 321명(12.5%)에서 308명(11.9%)으로, 외국어고 출신은 전년 대비 228명(8.9%)에서 224명(8.6%)으로 나타나 큰 변화가 없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학교의 이름을 가려 ‘후광 효과’를 차단한다는 블라인드 평가 도입 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다.

특히 일반고 지역균형전형 합격자가 전년 572명에서 올해 645명으로 73명이 늘어났는데 이는 블라인드 평가의 효과가 아니라 코로나19 여파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전형만 놓고 보면 일반고 출신 합격자는 전년 588명에서 올해 492명으로 오히려 96명이나 줄었다. 지역균형전형의 경우 합격자의 90% 가까이가 일반고 출신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블라인드 평가 도입에 따른 일반고 합격자 감소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대학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우려했던 문제점이 현실로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 한 사립대 입학사정관은 “블라인드 평가 이전에는 학생별 교육환경까지 고려해 열악한 상황에서도 노력한 일반고 출신을 배려하는 경향도 있었다”며 “학교 이름을 가리게 되니 오로지 교육과정을 얼마나 충실히 이수했는지만 보고 선발하게 돼 수준 높은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 출신이 역으로 혜택을 보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반고와 과학고는 출발선 자체가 다른데 이들을 동일선상에서 경쟁하게 한 것이 블라인드 평가”라며 “서울대뿐만 아니라 주요 대학 대부분에서 과학고와 영재고 등 출신이 약진하고 일반고는 쪼그라드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다른 대학의 입학처 관계자는 “대학들이 여러 차례 교육부에 블라인드 평가가 우려된다고 지적했지만 수용되지 않았고 결국 ‘학교 쏠림 현상’으로 현실화했다”며 “아무리 일반고에서 열심히 준비해도 과학고나 영재고, 특목고 등은 교육과정 자체가 특수하게 운영되기 때문에 평가하는 입장에서 눈에 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학생 수가 적은 과학고나 영재고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등교수업이나 학교생활기록부 기입을 위한 교내 활동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은 반면 일반고는 등교·원격수업을 병행하면서 학사 운영에 차질을 빚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시교육청 대학진학지도지원단 소속 김창묵 경신고 교사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일반고 학생들은 학습이나 진학 상담, 교·내외 활동 등 전반에서 어려움을 겪은 반면 과학고나 영재고는 매일 등교하고 실험·실습, 교내 대회 등 활동을 충실히 해 격차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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