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발목 잡힌 ‘화천 산천어축제’ 어쩌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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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으로 내년 개최 어려워
양식 산천어 일부 폐기 등 불가피
숙박업소 등 지역 경제 타격 우려

형형색색의 산천어등이 켜진 강원 화천군 선등거리의 예년 모습. 내년 1월 개최할 예정인 산천어축제는 사실상 무산됐지만 화천군은 올해도 산천어등 2만5000여 개로 선등거리를 조성했다. 화천군 제공
형형색색의 산천어등이 켜진 강원 화천군 선등거리의 예년 모습. 내년 1월 개최할 예정인 산천어축제는 사실상 무산됐지만 화천군은 올해도 산천어등 2만5000여 개로 선등거리를 조성했다. 화천군 제공
국내 최대의 겨울축제인 강원 화천 산천어축제의 내년 개최가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지역 경제가 꽁꽁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화천군은 내년 1월 9일부터 23일 동안 산천어축제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국적인 확산을 감안하면 개최는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축제 취소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축제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데다 예약한 양식 산천어 물량을 일부 폐기해 취소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와 1000억 원 이상의 경제 파급 효과를 올리던 이 축제가 취소될 경우 지역 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화천군은 코로나19 외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국방개혁에 따른 군부대 해체 등으로 지역 경제가 극심한 침체를 겪는 마당이어서 설상가상이다.

화천군이 강원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184만 명이 방문했던 지난해 산천어축제를 평가한 결과, 직접 경제 유발효과가 1300억64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산천어축제를 찾은 관광객 1인 평균 지출액은 7만891원으로 당일 방문객은 5만1422원, 숙박 관광객은 10만1508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군 관계자는 “음식, 숙박업소 등 지역 상권의 매출 증가는 물론 농산물 판매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끼쳐왔다”고 설명했다.

화천군은 내년 축제에 대비해 전국 20개 양식업체와 산천어 190t가량을 일찌감치 계약했다. 다 자란 산천어 무게가 250∼400g인 점을 감안하면 약 57만 마리에 해당된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정상적인 축제 개최가 어렵다고 판단해 이미 113t을 폐기처분하고 77t만 구매하기로 양식업체와 합의했다. 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결국 내년 산천어축제가 무산된다면 지난해 같은 경제효과는 고사하고 준비했던 산천어와 농산물 처리가 숙제로 남는다”고 했다.

화천군은 나머지 산천어 물량에 대해 통조림 등 가공식품으로 만들거나 생물과 반건조 판매 등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화천군 측은 “구제역 파동으로 축제가 취소됐던 2011년에도 산천어를 어묵과 퇴비용으로 활용했지만 물량이 많다 보니 판로를 찾기 힘들어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화천군은 매년 화천읍 밤거리를 환하게 밝히던 선등거리는 올해도 조성해 놓은 상태다. 김동완 화천군의회 의원은 “코로나19 탓에 산천어축제를 위해 1년을 준비한 각종 물량과 열정이 허사가 될 판이어서 안타깝다”며 “축제 무산으로 인한 지역 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민관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강원#화천#산천어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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