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 동안 복역한 윤성여 씨(53·사진)가 법원 재심을 통해 31년 만에 무죄 선고를 받았다.
17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박정제)는 강간 살인 혐의로 무기징역 판결을 받았던 윤 씨에 대한 재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자백 진술은 불법체포 감금 상태에서 가혹행위로 얻어진 것이므로 증거 능력이 없다”며 “반면 이춘재의 진술은 그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합리적이며, 객관적인 증거와 부합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윤 씨에게 “법원이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법부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검찰도 지난달 19일 결심 공판에서 윤 씨에 대해 무죄를 구형하면서 “피고인과 그 가족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17일 판결이 나온 직후 경찰청도 “무고한 청년에게 살인범이라는 낙인을 찍어 20년간의 옥살이를 겪게 해 큰 상처를 드린 점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윤 씨는 “공정한 재판에 감사하다. 앞으로 나 같은 사람이 안 나오길 바란다”며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가정집에서 A 양(당시 13세)이 성폭행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 씨는 강간 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2009년 가석방됐다. 지난해 이춘재가 연쇄살인을 자백하며 이 사건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밝혔고, 법원은 올 1월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됐다”며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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