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대신 ‘20년 옥살이’… 31년만에 누명 벗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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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8차사건 재심서 윤성여씨 무죄
재판부 “법원 제역할 못한점 사과”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 동안 복역한 윤성여 씨(53·사진)가 법원 재심을 통해 31년 만에 무죄 선고를 받았다.

17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박정제)는 강간 살인 혐의로 무기징역 판결을 받았던 윤 씨에 대한 재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자백 진술은 불법체포 감금 상태에서 가혹행위로 얻어진 것이므로 증거 능력이 없다”며 “반면 이춘재의 진술은 그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합리적이며, 객관적인 증거와 부합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윤 씨에게 “법원이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법부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검찰도 지난달 19일 결심 공판에서 윤 씨에 대해 무죄를 구형하면서 “피고인과 그 가족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17일 판결이 나온 직후 경찰청도 “무고한 청년에게 살인범이라는 낙인을 찍어 20년간의 옥살이를 겪게 해 큰 상처를 드린 점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윤 씨는 “공정한 재판에 감사하다. 앞으로 나 같은 사람이 안 나오길 바란다”며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가정집에서 A 양(당시 13세)이 성폭행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 씨는 강간 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2009년 가석방됐다. 지난해 이춘재가 연쇄살인을 자백하며 이 사건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밝혔고, 법원은 올 1월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됐다”며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이춘재#20년 옥살이#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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