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술접대, 상부 보고 안돼”… 秋 수사지휘권 발동 근거 ‘흔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8일 22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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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3명에 대한 술 접대 사실은 인정된다. 하지만 이 사실을 당시 라임 사건 수사팀이 알았다거나 상부에 보고한 의혹은 증거가 없다.”

서울남부지검 ‘검사 향응 수수 사건’ 수사 전담팀은 8일 현직 검사 1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상대로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 수사에서 손을 떼라”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검찰이 ‘검사 술접대’ 제보를 받고도 보고나 수사를 일체 누락시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50여 일간의 수사 결과 수사지휘권 발동 근거가 된 ‘검사 술접대 은폐’ 및 ‘여권 표적수사’, ‘야권 정치인 수사 무마’ 의혹 등에 대해 대부분 ‘사실 무근’으로 결론을 냈다.

● “검사 술접대 있었지만 상부에 보고 안돼”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지난해 7월 18일 서울 강남에 있는 룸살롱에서 현직 검사 3명에게 술을 접대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의 변호인이었던 B 변호사가 검사 시절 함께 근무했던 후배 검사 3명을 술자리로 불러낸 것이었다. 현직 검사 3명과 김 전 회장, B 변호사는 당일 오후 9시 30분부터 오후 11시경까지 술을 마셨고, 이후에는 A 부부장검사와 김 전 회장, B 변호사와 이종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42·수감 중)이 술자리에 있었다. C 부부장검사와 D 검사는 이 부사장이 “라임 부사장”이라고 소개하자 곧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검찰은 당시 김 전 회장이 536만 원의 술값을 계산해 부적절한 접대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술값을 참석자 수로 나눠 개별 접대 액수를 판단해 A 부부장검사에 대해서는 “120여 만 원 어치의 접대를 받았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C 부부장검사와 D 검사에 대해서는 “총 96만원 어치 접대를 받았다”며 불기소했다. 술자리를 주선한 B 변호사와 술값을 낸 김 전 회장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1회 100만 원이 넘는 금품 및 향응을 제공받았을 때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B 변호사는 “수사 결과가 사실에 부합하지 않아 유감”이라고 밝혔다. 검사들은 “B 변호사가 술값을 낸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주변에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 수사지휘권 발동 근거된 의혹들 ‘사실무근’
추 장관은 김 전 회장이 10월 16일 자필 입장문을 통해 주장한 각종 의혹을 근거로 윤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 관련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우선 라임 수사팀이 ‘검사 술접대’ 사실을 알고도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 조사에 입회했던 변호인들은 일제히 “김 전 회장이 검사 술접대 사실을 면담과 조사 과정에서 말한 적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수사팀 검사들과 담당 부장, 차장검사도 “검사 술접대 관련 제보나 보고를 받은 적 없다”고 밝혔다.

여권 정치인을 겨냥해 ‘표적 수사’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김 전 회장은 “B 변호사를 통해 ‘강기정 청와대 수석 등 여권 정치인을 잡아주면 보석으로 재판받게 해주겠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 전 회장은 B 변호사 접촉 전 이미 다른 변호인들과 정관계 로비에 대해 적극 진술한 뒤 추후 만기 보석으로 석방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 안팎에서는 근거 없는 의혹을 토대로 수사 지휘권을 발동한 추 장관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추 장관은 김 전 회장의 의혹 제기 직후 법무부의 직접 감찰을 지시했다. 사흘 뒤에는 “검찰총장의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서울남부지검 내부에서는 윤 총장 징계위원회가 10일 열릴 예정인 가운데 수사 결과 발표 시점을 두고 일부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부장검사 회의를 열어 기소 범위 등을 논의했지만 기소 시기를 논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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