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걸릴라” 논술 끝나자 썰물… 대학 주변 상가 적막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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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꾼 대학가 입시 풍경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앞 거리에서 2021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를 마치고 나온 수험생과 기다리던 학부모들이 뒤섞이며 
크게 북적이고 있다. 이날 논술고사를 진행한 주요 대학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수험생 외에는 모든 
외부인의 교내 출입을 금지해 학부모들은 외부에서 대기해야 했다. 뉴시스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앞 거리에서 2021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를 마치고 나온 수험생과 기다리던 학부모들이 뒤섞이며 크게 북적이고 있다. 이날 논술고사를 진행한 주요 대학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수험생 외에는 모든 외부인의 교내 출입을 금지해 학부모들은 외부에서 대기해야 했다. 뉴시스
“전국에서 학생들이 몰리니 불안해 차마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할 수가 없더라고요. 아들 시험 끝나자마자 곧장 차로 태워가려고 기다리는 중이에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정문 앞 화단에서 만난 배모 씨는 추위로 오들오들 떨었다. 정문 앞에는 그 말고도 학부모 수십 명이 길거리에서 떨고 있었다. 논술고사를 치르는 대학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수험생 외에는 캠퍼스 출입을 막은 데다, 거리 두기로 카페 등의 취식도 금지됐기 때문이다.

○ 부모 대기실도 캠퍼스 견학도 사라져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대학들이 진행하는 논술고사 현장도 크게 바뀌었다. 논술고사가 끝나면 캠퍼스 견학 등으로 왁자지껄했던 풍경은 찾아볼 수 없다. 6일 논술고사를 치른 서울의 대학들은 올해 캠퍼스 내 학부모 대기실도 마련하지 않았다.

5, 6일 이틀 동안 논술고사가 치러진 성균관대 인근 대학로는 시험 종료 20분 만에 적막이 감돌 정도로 텅텅 비었다. 6일 만난 재수생 최모 군(19)은 “지난해 논술 끝나고는 친구들이랑 대학 주변 맛집에 갔는데, 올해는 코로나19가 불안해 곧장 집에 간다”고 말했다.

시험을 마친 학생들은 지하철역으로 직진하거나 부모의 승용차를 타고 썰물처럼 대학로를 빠져나갔다. 매년 수시고사가 끝나면 주변 식당과 카페는 들뜬 수험생들로 붐볐지만 올해는 달랐다.

5일 동대문구 경희대 인근도 시험 종료 뒤 자녀를 태우러 온 차량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주변 음식점에 들르는 이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 씨는 “지난해 수시 때보다 매출이 3분의 1 아래로 줄어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틀 동안 성균관대 인근에 있는 지하철4호선 혜화역 주변도 자녀를 기다리는 부모의 승용차들과 이를 찾는 수험생들로 상당히 북적거렸다. 잠깐의 혼잡 뒤에 휑해지는 것도 엇비슷했다. 성균관대 앞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 씨는 “지난해는 자리가 없어서 일행이 아닌 손님들끼리 합석할 정도였다”며 “10년째 영업하는데 논술시험 당일에 이렇게 사람 없는 건 처음 본다”고 전했다.

○ 면접고사를 비대면 방식으로 바꾸기도

자가 격리 상태이거나 코로나19 의심 증세가 있는 응시자들은 별도 고사장에서 시험을 본 경우도 있다. 경희대 관계자는 “10명 정도의 학생들이 권역별 고사장 또는 교내에 마련된 별도 시험장에서 시험을 봤다”고 말했다. 숙명여대도 방역당국으로부터 자가 격리 통보를 받은 학생 1명이 5일 권역별 고사장에서 논술고사를 치렀다.

12, 13일과 19일에 수시전형 면접고사를 진행할 예정이던 숭실대는 코로나19 확산의 심각성을 고려해 면접고사를 비대면 방식으로 바꿨다. 12, 13일 논술고사를 치르는 중앙대는 수험생과 감독관 등 시험 관계자 외에는 학교 출입을 막기로 했다.

논술고사를 준비하는 학원가도 비상이 걸렸다.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한 대형논술학원 측은 “학생들이 논술고사장에도 못 가는 상황을 막으려고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충분히 답답한 상황인 건 이해하지만, 행여 감염되면 응시 기회조차 날아갈 수 있으니 ‘방역도 실력이다’는 마음가짐으로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청아 clearlee@donga.com·김소영·이소정 기자
#코로나#논술#대학#적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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