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때 검사받은 수험생만 피해… 임용시험 확진자 대책 왜 없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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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응시 못한 확진자 67명 반발

고사장 입구서 발열 체크 전국에서 중등 교원 임용시험이 치러진 21일 서울 용산고에서 응시생들이 고사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이날 시험을 앞두고 서울 노량진의 임용시험 학원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수험생 67명이 시험을 보지 못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고사장 입구서 발열 체크 전국에서 중등 교원 임용시험이 치러진 21일 서울 용산고에서 응시생들이 고사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이날 시험을 앞두고 서울 노량진의 임용시험 학원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수험생 67명이 시험을 보지 못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확진입니다. 얼굴 사진과 사용하신 카드 내역을 보내주세요.”

20일 오전 10시경 A 씨는 방역당국의 모바일메신저 문자를 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다음 날은 오랫동안 준비했던 임용시험을 치르는 날이었다. 메시지를 받았을 때도 마지막 정리 차원에서 교육학 논술 모의고사를 치르고 있던 중이었다. A 씨는 “문자를 받자마자 눈앞이 막막해져 책상 위에 펜을 내려놓았다”고 했다.

최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임용시험 학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터지면서 A 씨도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로 분류됐다. 검체 검사를 받은 A 씨는 이후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공부에 몰두했지만 결국 확진 판정을 받아 응시 기회를 잃었다. A 씨는 “내가 잘못해 감염된 것도 아닌데, 오랜 노력을 부정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노량진 임용시험 학원 관련 확진자가 22일 기준 76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21일 치러진 중등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 1차 시험 직전에 확진 판정을 받은 전국 11개 시·도 수험생 67명은 교육부 방침에 따라 응시하지 못했다. 해당 수험생 등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은 확진자도 시험을 볼 수 있는데 임용시험은 안 된다는 건 명백한 차별”이라고 분노했다.

교육부는 10월 초 ‘코로나19 확진자는 임용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는 방침을 정하고 각 시도교육청이 낸 공고에 명시했다.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이들 가운데 음성 판정을 받은 응시자 142명과 밀접접촉자가 아닌 검사 대상자 395명은 일반 응시자와 분리된 별도의 시험장 등에서 시험을 치르게 했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이 방침이 명확한 기준 없는 조치라며 반발했다. 교육부가 “다음 달 3일 열리는 수능은 확진자도 별도 공간에서 응시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20일 확진돼 시험을 보지 못한 조범진 씨(25)는 “응시 인원이 압도적으로 많은 수능도 시험을 보게 해주는데 상대적으로 응시자가 적은 임용시험을 못 보게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확진 통보 시점이 몇 시간 차이로 갈리며 시험 응시 여부가 정해지기도 했다. 수험생 최영진 씨(26)는 21일 오전 시험 시작 3시간 전에 확진 소식을 전달받았다. 검사를 받은 뒤 언제 결과가 나올지 몰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던 그는 24만 원을 들여 방역 택시까지 예약해뒀지만 결국 물거품이 됐다. 최 씨는 “모집 공고 시점부터 시험이 치러질 때까지 한 달이나 여유가 있었다”며 “교육부가 확진자를 위한 응시 방안 마련에 소극적이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대구에서 시험에 응시한 C 씨는 같은 날 오후에 양성 판정을 통보받아 시험을 모두 치렀다. 대구시교육청 측은 “C 씨는 대구의 한 중학교에 마련한 자가격리자 시험장에서 시험을 쳤다”며 “확진자의 밀접접촉자가 아닌 임용시험 학원 관련 전수조사 대상자였다.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응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험생 최모 씨(29)는 이에 대해 “교육청에 명확한 기준 없이 확진 시점에 따라 응시 여부가 갈리는 건 문제 아니냐고 문의했다”며 “그저 ‘방침상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전했다. 다른 수험생은 “검사에 신속하게 응한 이들만 바보가 됐다. 최대한 미루다가 검사받았으면 결과가 나오지 않아 시험을 볼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속상해했다. 최 씨는 임용시험을 보려고 기존 직업도 포기했지만 응시조차 하지 못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정상환 변호사는 “헌법 제15조에 직업 선택의 자유가 명시돼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에 따르면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과 관련해 헌법이 보장하는 인권을 침해당할 경우 인권위가 조사에 나설 수 있다”며 “교육부가 확진자들의 수능과 임용시험 응시 여부에 차이를 둔 것 역시 차별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민 blick@donga.com·김소영 기자
#코로나19#임용시험#확진자#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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