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단계 첫날 광화문 “어제와 같은 하루”…식당·카페 ‘거리두기 실종’

  • 뉴스1
  • 입력 2020년 11월 20일 0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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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거리두기가 1.5단계로 격상된 19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길을 나서고 있다. 2020.11.19 © News1
수도권 거리두기가 1.5단계로 격상된 19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길을 나서고 있다. 2020.11.19 © News1
“1.5단계로 재택근무를 하기엔 애매하잖아요. 직장인에겐 전날과 같은 하루네요”

19일 낮 서울 광화문의 한 일식 전문점 앞. 점심 약속에 늦은 동료를 기다리던 직장인 강모씨(41)는 마스크 너머로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강씨는 “거리두기 조치를 1단계로 내린 이후엔 재택근무를 해제한 상태”라며 “회사도 (1.5단계 격상 조치가) 최악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큰 경각심을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1.5단계로 높아진 첫 날 광화문 일대 점심시간 풍경은 평소와 다름없이 많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여럿이 붙어 앉아 식사하거나 마스크 없이 대화하는 모습은 바로 전날과 비교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원증을 목에 건 손님들은 대부분 2~4명씩 무리지어 다니며 함께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며 점심 휴식 시간을 보냈다. 연일 전국에 300명이 넘는 확진자가 속출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위기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로 가득했다. 매장 안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고 입구부터 발길을 돌리는 직장인 무리도 적지 않았다. 매장에 겨우 자리를 잡은 일부 손님들은 마스크를 턱에 걸친 채 대화에 열중했다.

프랜차이즈 카페 직원 A씨는 “어제와 비교해 손님 수에 큰 변동이 없다”며 “음료를 테이크아웃(포장구매)하는 손님이 더 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직장인이 몰려있는 광화문과 시청 일대는 지난 8월 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세부단계 조정 전) 격상 이후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기업들의 영향으로 음식점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은 지역이다. 그러나 이번 1.5단계 격상 조치는 상대적으로 경각심이 덜해 유동인구에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1.5단계 직장 근무 형태와 관련해 소방·치안 등 특수 기관을 제외한 공공기관은 재택근무·점심시간 시차운영·시차출퇴근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민간 기업은 공공기관 수준의 근무 형태 개선을 권고한 상태다.

이는 당초 사회적 거리두기 1·2·3단계 3개 단계 중 1단계에 해당하는 조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차이점은 민간 기업의 경우 ‘권장’ 사항을 ‘권고’로 강조한 정도다. 대다수 기업들이 1단계와 비슷한 대응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1.5단계 조치를 1단계에 준하는 상태로 인식하는 기업이 많았다. 회사원 B씨(27)는 “우리 회사의 경우 1단계와 1.5단계 조치를 동일하게 구분하고 있다”며 “거리두기 단계를 세부조정하면서 근무 형태를 세세하게 나누기가 애매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이승훈씨(33)도 “세부조치 시행 이후부터는 재택근무 시행을 위한 기준이 좀 더 높아진 것처럼 느껴진다”며 “1.5단계 격상에도 1단계와 마찬가지로 정상 근무를 하고 있어 평소와 달라진 점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 중인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할 때, 기업들도 1.5단계에 걸맞은 방역 조치를 세분화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지적이다.

천은미 이화여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재 추세라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은 시간문제”라며 “현재 이용을 제한한 주요 시설이 10대부터 30대 사이 젊은 층의 외부 활동을 자제하기 위한 대책인 만큼, 기업들도 젊은층 직장인들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겨울은 2.5단계 조치를 시행했던 지난여름과 달리 실내 모임이 많아 코로나19 확산세가 더 빨라지는 시기”라며 “회식이나 회의를 줄이고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1.5단계도 기존과 마찬가지 수준으로 방역과 소독을 하고 있어 세부적인 대응에는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며 “출퇴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거나 원격 회의를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각 단계별 대응 체계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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